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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자 연금제 실시 문제점|대상자 선정 등 부작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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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과기처의 과학기술자연금제도 설치구상에 대해 과학계일각에서는 과연 이제도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인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초 이 제도는 지난달30일 있었던 과학기술관련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새로운 과학이론의 구명과 세계적인 기술개발로 나라에 이바지한 공이 큰 우리과학기술자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해 그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 연구개발활동에 정진케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물론 이 제도는 과학기술자들이 창의적이며 의욕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하도록 고무시켜 준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달고 있으나 자칫 과학기술자들을「연구개발=돈」이라는 물질 우선 주의에 물들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국내에는 현재 과학기술자에 대한 여러 가지 상들이 있다.
우선 87년부터 격년제로 시상하는 한국과학상이 있다. 이것도 세계정상의 업적을 낸 사람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83년부터는 매년 연말께 우수한 연구과제 수행자에게 연구개발상을 주고있다.
또 유공 원로과학기술자에게 월25만원씩 보조하는 것도 있으며 상금 1억원짜리 호암상과 그밖에 장영실상·벤처기업상·대한민국과학기술상도 있다.
이 제도는「연금」이라는 용어부터가 문제로 지적된다.
연금이라는 것은 평소 적립했던 것을 후에 도로 돌려 받는다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볼때 이 제도도 기존의 포상금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대상자의 업적이나 심사기준도 문제로 지적되고있다. 연간 10개 이상의 세계적 업적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동작품인 경우 누구를 수혜자로 할 것인지 등 심사상의 잡음도 충분히 예상된다. 결국 과기처 산하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갈라먹기 식 공론행상이 될 수도 있다.
또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 못하는 지원부서원들의 소외감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획대로라면 10년 후에는 매년 24억원, 20년 후에는 매년 48억원 이상씩이 지출돼야 한다. 차라리 이런 돈이 있다면 연구비를 늘려주거나 우수연구센터를 몇 개 더 육성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들도 있다.
이 제도는 한번 지정되면 평생 지급돼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야 한다. 금년부터 당장 시행해야할 만큼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다.
과학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이라는 점을 과기처당국은 깨달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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