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어머니 당신의 아들』 기획·연출 영화제작소 「청년」대표 이상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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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대학가에서의 상영시비가 잠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문제영화」의 제작자가 당국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이 문제가 새롭게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있다.
16㎜소형영화『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기획·연출한 영화제작소「청년」대표 이상인씨 (26)는지난 6일 서울 마포경찰서 김영태 서장·장모 형사를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죄·불법체포·감금 및 특수강도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낸 고소장에서『김 피고인 등이 영화시사회를 갖기 직전 영장 도 없이 현장을 급습, 필름5본을 불법 탈취한 뒤 장소제공자·시나리오작가 등을 감금함으로써 영화상영이 무산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10일 이씨와의 일문일답 내용.
-경찰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까지 하게된 동기는 무엇인가.
『순수 리얼리즘에 입각, 대학사회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상 유례없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며 탄압하고 있는데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
-당국은 이적표현 물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부분이 있다고 보는가.
『민예총·민가협은 물론 비운동권 학생들까지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히려「실망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들은 이 영화가 경찰이나 백골단의 횡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미흡했다고 보는 것이다.
-재학 중 운동권의 일원으로 활동해 본 적이 있는가.
『한양대 연극영화과 4년 동안 장학생으로서 영화에만 몰두했을 뿐 단 한차례의 시위에도 가담해보지 못했다.
-지금 수배중인가.
『정식 수배는 아니지만 지난달 이후 세 차례나 가택수색을 당했고, 나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감시당하고 있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마치 이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은 입장이 돼 버렸다. 이 영화를 만들 때만해도 주인공의 심리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수배 아닌 수배를 받고 보니 우리사회의 현실을 훨씬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한양대 연영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영화제작소「청년」이 10개월 동안 약 3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2시간 짜리 컬러작품으로 지난달 15일 경북대를 시작으로 전국 20여 개 대학에서 상영, 동원된 관객 수만도 5만여 명에 이른다.<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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