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몸싸움… 35초만에 “통과”/여,개혁입법 날치기처리 하던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단상 빼앗기자 입구쪽서 사회/야 분개… 일부선 “정권퇴진 투쟁하자”
치사정국으로 정국이 가파른 대치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경방침으로 돌아선 민자당은 야당의 실력저지를 무릅쓰고 10일 국회에서 보안법 개정안과 경찰법안을 날치기처리했다.
▷전격통과◁
지난해 7월14일 방송법 날치기 당시의 재판으로 신민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있는 코앞에서 전격적으로 기습처리.
민자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석에,신민당 의원들은 의장석등을 점거,대치중 오후 3시18분쯤 의장실에 있던 박준규 의장과의 연락을 취하고 본회의장에 돌아온 서정화 수석부총무가 김종호 총무에게 귀엣말로 보고를 하면서 민자당 총무단의석 주변엔 긴박감이 감돌기 시작.
그러나 신민당 의원들은 이같은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긴장을 푼채 의장실에 있는 김영배 총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
이때 박의장은 함께 있던 김 신민총무를 따돌리고 야당의원들이 지키고 있던 비서실쪽 문이 아닌 접견실쪽 문을 빠져나와 3시20분 단상 맞은편 중앙문으로 진입. 그 순간 서 수석부총무가 『야당의원들을 막아라』『마이크 스위치를 달라』고 고함을 질렀고 박의장 주변을 강우혁·권해옥 의원 등 20여명이 감쌌으며 야당의석과 접한쪽에 앉은 의원들은 손으로 밀치며 야당의원들의 접근을 차단.
김영삼 대표 의석 가까이 선 박의장은 핸드마이크를 잡고 『이와같이 회의를 하게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며 속사포식으로 읽어내려갔다.
박의장은 『의사일정 1,2항을 일괄해 상정합니다』고 한뒤 『각 항의 제안설명과 심사보고 및 수정동의안에 대한 제안 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한다』고 했는데 목소리는 쫓기듯 떨리는 느낌.
박의장이 『이의 없으십니까』고 물은데 대해 민자당 의원들은 일제히 『없습니다』라고 했고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다』『무효다』라고 고함.
박의장은 이어 『일부 이의가 있으나 표결할 수 없는 상태이고 다수의석이 찬성함으로 가결되었다』고 선포,35초 동안의 전격처리를 마감.
신민당 의원들은 완전히 허를 찔린채 고함만 지를 뿐 민자의석 중간에 서있는 박의장을 제지하지 못하고 역부족. 이협 의원이 돌진하려다 제지를 받았고 날치기 이후 『너희들끼리 잘해먹어』『이런 정권 오래갈줄 아느냐』고 화풀이.
▷야당 농성◁
신민당은 3개 밀착조 「저지투쟁」이 무위로 끝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신민당은 10일 오후 4시50분쯤 의원총회를 열어 1박2일간 본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결의,즉각 실행에 들어가는 한편 차후대책을 논의.
이협·이찬구 의원은 『이제 더이상 여야간 협상정치는 무의미해졌다』며 『노태우정권 퇴진투쟁으로 나가야한다』며 노정권 퇴진운동에 나서지않은 김대중 총재의 지도노선에 이의를 제기. 이상수 의원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경책에 가세하자 김영배 총무는 『그런 얘기는 저녁식사를 한뒤 의총을 다시 열어 논의하자』고 20분만에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김총재는 저녁식사중 『이의원등의 마음은 이해하나 제1야당으로서 한번 정권퇴진을 선언하면 책임있게 그길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경솔히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나무랐다.
60여명의 의원들은 의총이나 예정된 분임토의가 수뇌부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을 우려한 수뇌부의 제지로 열리지 못하자 본회의장 여기 저기에 흩어져 환담하다 자정쯤 대부분 취침.
민주당도 이기택 총재등 소속의원 8명이 본회의장에서 신민당 의원들과 함께 철야농성.<문일현·전영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