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실정” 비판에 시민들 박수/5·9 가두시위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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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종로 차도서 한밤에 춤판 벌여/경찰 강경진압 자제 귀가방송/남대문선 투석않고 평화행진
○…9일 시위는 학생들의 화염병사용이 비교적 적어 미 문화원이 불타기까지 했던 지난해의 5·9시위보다 격렬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볼때 참가인원이나 규모면에서 6공들어 최대였다는 평가.
지난해의 경우 경찰병력중 상당수가 강남의 무역회관 종합전시장에서 열린 민자당 창당기념행사에 경비근무를 나가는 바람에 초동진압을 못한데 반해 금년에는 모든 병력을 도심에 배치했으나 시위대가 광화문 근처까지 진출,자정이 넘도록 공방을 계속했고 일부 지역에선 경찰이 시위대에 밀리기까지 했다.
○…경찰은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악화된 여론을 고려해서인지 곳곳에서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
최루탄을 발사하기전 반드시 시위대에 『여러분의 도로점거시위는 불법이고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으니 5분 이내에 해산해 주십시오. 만일 해산하지 않으면 최루탄을 발사하겠습니다』는 경고방송을 했고 구경하는 시민들에게도 『다칠 위험이 있으니 시민여러분은 서둘러 집에 돌아가 주십시오』라며 정중히 부탁.
○차량들도 경적 울려
○…시위대가 정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자 버스정류장등에 모여있던 시민중 일부는 박수를 쳤고 오후 6시 정각에는 차량들중 상당수가 경적을 울려대 87년 6·10대회 당시를 방불케 하기도.
시민들은 특히 시위대가 『현 정권은 개혁의지를 상실했고 치솟는 물가와 주택·교통문제에서 드러나듯 통치능력도 없다』는등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할때 박수를 보내며 환호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이 만만치 않음을 표시.
○…종로1가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1백여명은 오후 9시쯤부터 준비한 북·꽹과리를 두드리며 덩실덩실 춤을 춰 시위를 구경하던 시민 10여명도 함께 어우러지는 춤판을 연출.
10여분 동안 춤판이 계속되자 경찰은 다연발 최루탄을 발사,이들을 강제해산시켰다.
○…종로3가에서 시위를 벌이던 1만여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민주건설을 위한 대한약사회」등 보건의료단체 회원 30여명이 흰 가운을 입고 수서비리·페놀사건 등 노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유인물 5백여장을 시민들에게 나눠줘 눈길.
○…경찰은 당초 영등포·청량리 등 부도심권에서부터 시위대를 적극 저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시위군중의 수가 예상외로 많자 이를 포기하고 시청으로 통하는 광화문·남대문·을지로·종로·퇴계로입구 등에 70개 중대 8천5백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집중배치.
이 때문에 이들 지역 곳곳에서는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려는 5천∼1만여명의 시위대와 이를 막기 위해 다연발최루탄등을 무차별 발사하는 경찰과의 밀고 밀리는 격전이 밤늦게까지 계속.
○5백명씩 즉석집회
○…남대문일대에 모인 시위대는 화염병·돌을 거의 던지지 않고 평화시위 원칙에 충실하는 모습.
오후 7시를 전후해 남대문쪽에는 2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였으나 경찰저지선에 돌격하는등의 과격한 양상은 보이지않아 경찰은 남대문 북쪽 10여m 지점에 다연발최루탄발사기 1대와 2개 중대병력 2백여명만 배치한 채 3백여m 거리를 두고 대치.
시위대는 남대문과 서울역사이 왕복 10차선도로를 점거한 채 곳곳에서 5백여명 단위로 즉석토론회를 갖거나 유인물살포등 선전전을 벌였다.
○…김동길교수의 사표제출소식이 전해진 9일 연세대 도서관앞에는 이를 놓고 학생들간에 대자보논쟁이 한창.
경제학과 학우명의로 된 한 대자보에는 『교수를 학생이 몰아내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를 쫓아내는 것과 같다』며 『교수가 강의시간에 한 말을 꼬투리잡아 학생들이 교수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
이에 대해 행정학과 87학번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강군의 죽음을 매도한 김교수는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앞에 한낱 장애물이 될 뿐』이라며 김교수의 퇴진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김종혁·이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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