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념품' 한국인이 디자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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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든 스카프와 넥타이, 머그컵 4만여 점이 앞으로 5년 동안 국제기구인 유엔의 의전용 선물로 사용된다.

이들 제품의 디자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가대표팀 감독 히딩크의 넥타이를 만들어 화제가 됐던 디자이너 이경순(50.사진)씨가 맡았다.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인 누브티스 대표인 이씨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이들 제품을 디자인하게 됐다고 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반 총장이 사무총장에 당선된 뒤 "유엔 행사 때와 귀빈에게 선물할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였다.

이 사장은 유엔기에 새겨진 월계수 잎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그려진 푸른색 스카프를 직접 제작했다. 스카프 한 귀퉁이에는 영문으로 된 반 총장의 사인을 넣었다. 넥타이는 징.장고.거문고.첨성대.남대문 등 우리 문화재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머그컵은 유엔 로고가 새겨긴 고급으로 제작했다. 견본은 유엔 측에 넘겨졌으며 공식 납품된 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반 총장의 임기 5년 동안 사용할 의전용 선물을 우리 회사가 납품키로 최근 계약했다"며 "우리 디자인을 세계 최고위 외교 관계자에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이들 기념품은 수요에 맞춰 수시로 제작.인도될 예정이며 개당 가격은 7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최근 제작한 스카프는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에게도 건네졌다. 400개가 넘는 소형 천연 진주로 장식된 빨간색 스카프라고 한다. 사무총장에 당선된 반 총장이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라이스 장관에게 줄 스카프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제작했다. 제조 가격은 수십만원대에 이르지만 총장 당선을 기념해 무료로 선물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반 총장이 라이스 장관과의 '우정'을 기릴 만한 스카프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영원한 우정'을 상징하는 진주를 주요 소재로 삼아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씨가 제작하고 반 총장이 자주 매는 넥타이와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건네진 스카프와 같은 형태의 제품 여러 점은 경매에도 부쳐진다.

12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 시상식에서 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한국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이 상의 올해 수상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지휘자 정명훈씨. 반 총장과 정씨가 참석할 이날 행사의 수익금은 전액 유엔 평화기금으로 기부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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