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앞으로' … K 리그 외인감독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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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7년 K-리그에는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이 뛴다. 3년째 지휘봉을 잡는 파리아스(40.브라질)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지난해 후기리그 부산 아이파크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앤디 에글리(49.스위스), 그리고 올해 세뇰 귀네슈(55.터키) FC 서울 감독이 합류했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최다다. 3명이라는 숫자의 힘이 기존 한국 축구에 새로운 문화를 이종(異種) 교배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성은 3인3색=파리아스 감독은 '모범생'이다. 오직 축구만 생각한다. 경기를 앞두고는 상대팀에 대한 분석과 맞춤형 특별 훈련으로 시간을 보낸다. 훈련 후엔 방에서 비디오를 보며 전술을 연구한다. 술이나 골프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머지 시간에는 철저하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훈련 외엔 선수들의 생활에 간섭하는 법이 없다.

에글리 감독은 '자유인'이다. 배낭을 메고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구단에서 얻은 경기 무료입장권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해운대 호프집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의 테니스 경기를 보러 상경하기도 했다. 잘 보인다는 이유로 클럽하우스 옥상에 올라가 훈련 내용을 지켜보는 사람이다.

귀네슈 감독은 '스승'이다. 통역은 "그는 선수와 코치들을 친구처럼 대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스승과 제자의 분위기다. 감독-선수 간 문화도 한국과 터키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2004년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귀네슈를 감독으로 모셨던 이을용(서울)도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로 평했다.

◆경기장에선 한 모습=셋 모두 공격을 강조한다. 파리아스 감독은 웬만해서 백패스를 허락하지 않는 극단적인 공격을 추구한다. 부산도 에글리 감독 취임 이후 공격 루트가 다변화됐다는 평가다. "볼을 잡으면 즉각 공격을 생각하라"는 것이 에글리 감독의 철학이다. 귀네슈 감독이 트라브존을 맡았던 시절, 팀은 매 경기 2~3골을 넣었다고 이을용은 전했다.

훈련과 경기에서는 타협이 없다. 파리아스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 5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에글리 감독은 팀 공헌도가 적다는 이유로 지난 시즌 20골을 넣은 뽀뽀를 내쳤다. 귀네슈 감독은 자신의 기준에 충족하는 선수들만 터키 전지훈련에 데려가겠다고 공언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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