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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넘긴 독일연정 붕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민 총재 콜 총리 기사 총재와 화해/파트너 기사­자민 감정싸움이 불씨
독일의 집권 기민당(CDU)·기사당(CSU)의 연정내 집안싸움은 두 당의 총재인 콜 총리와 바이겔 재무장관이 7일 화해함으로써 연방붕괴위기가 일단 해소됐다.
콜 총리와 바이겔 재무장관은 이날 바이에른주 슈바벤지방의 이르제에서 만나 이날 오후 10시40분까지 장장 5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기사당없는 연정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고 두당 사이의 유대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기민·기사당 총재단회담에서는 통일 후 발생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당사이를 악화시킨 직접원인이었던 기사당의 구동독지역 진출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민·기사·자민당으로 구성된 독일의 현 연립내각은 83년,87년 선거와 지난해 12월 실시된 통일독일의 첫 총선에서 각각 승리,9년째 계속되고 있다.
각각 다른 정강을 표방하고 있는 3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그간 이에 따른 잡음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 88년 사망한 슈트라우스 전 기사당 총재는 생전에 사사건건 콜 총리와 마찰을 일으켜 정가의 단골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정내의 내분은 대부분의 경우 별탈없이 수습돼 오늘에 이르렀다.
최근에 표출된 연정의 내부갈등은 지난해 12월 총선직후부터 이미 시작됐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3당은 제4차 콜내각(현 내각) 구성협상을 벌였으나 이 과정에서 평소부터 사이가 좋지 않던 기사당과 자민당의 감정이 폭발,이같은 내분이 기민·기사당간 분쟁으로까지 확산됐다.
90년 총선에서 87년 선거때보다 2%가량 더 득표한 자민당의 람스도르프 총재가 각료직 배정에서의 지분확대를 의식,『구동독지역을 이른바 「저세지역」으로 해야한다』고 요구하자 주무장관인 기사당의 바이겔 재무장관은 이를 『공갈협박』이라고 비난했었다.
이때 이미 기사당의 근거지인 바이에른 주정부 일각에서는 「연정탈퇴 불사」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됐고 이후 기사당과 자민당은 세금·구동독지역 경제재건·낙태법·외교 등 거의 모든 정책분야에서 의견의 대립을 보여왔다.
특히 중동사태에서 독일정부가 보인 무능과 관련,기사당은 이의 책임을 전적으로 자민당 총재인 겐셔 외무장관에게 뒤집어 씌우는등 두 당은 감정싸움까지 벌여왔다.
그러던중 지난달 라인란트­팔츠주 의회선거에서 기민당이 참패한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연정 3당 사이에 다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라인란트­팔츠주선거에서 승리한 사민당이 주정부구성에서 연정파트너를 놓고 자민당과 녹색당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자민당 중앙지도부가 사민당과의 연정참여를 지구당에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초상집분위기인 기민당과 기사당 중앙지도부의 감정에 불을 지른 것으로 이때부터 본 정계에서는 연정파트너로서 자민당의 성실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자민당의 연정탈퇴→연정붕괴→사민당·자민당과 여타정당을 규합한 새 정권 탄생등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게다가 기사당이 구동독지역으로 진출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바이에른 주정부에서는 「연정탈퇴 불사」 주장이 다시 제기돼 연정의 내분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같은 감정대립과 내분을 겪으면서 콜,바이겔간의 회담이 이루어지고 자민당측도 이 회담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는등 얽히고 설킨 연정 3당의 내분이 화해로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기사당과 자민당사이의 감정의 앙금은 그대로 남아있어 연정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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