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시민 정책결정 참여 기회 제도 탓보다 대안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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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거도 민주주의 선거의 기초다. 사진은 대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투표하는 모습. [사진=중앙포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공적 직위를 선거로 뽑지 않고 세습하거나 엘리트들이 돌아가며 맡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원형인 고대 아테네에서는 공직자들을 제비뽑기로 선발했다. 선거를 치르면 다분히 인기 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커 명망가나 부자는 쉽게 당선되지만 일반인의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후보나 정책을 시민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가 일반적 정치 제도로 정착한 것은 20세기다. 구미 사회의 민중은 19세기부터 참정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결과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보통선거가 실현됐다. 보통선거는 서구 사회가 세계의 주도권을 쥐면서 그밖의 지역에서도 바람직한 정치제도로 수용됐다. 그러나 선거 민주주의가 바람직한지 의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성이나 덕성이 뛰어난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다수결로는 진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반 시민의 정치적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시민의 의사가 정책에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선거 때만 시민이 주권자가 된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선거가 없는 때도 시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선거 문화는 1987년 대통령 선거 방식을 직선제로 채택하며 민주주의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행되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에서 여섯 가지 선거가 치러져 행정수반과 의회 의원 등을 뽑는다. 문제는 선거가 잦아진 데 비해 당선자의 자질이 군부 독재나 임명제 시절보다 반드시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제도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진로를 시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정치제도이므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수정할 수도 있다. 문제가 눈에 띌 때마다 제도를 탓하는 것은 공동체의 삶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내용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구체적 대안을 내놓는 게 더 바람직하다.

박동천 교수(전북대·정치사회학부)

☞생각 플러스:선거 민주주의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다수결의 폐단을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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