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단절을 메울 노력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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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어버이날 부모님의 가슴에 한송이 카네이션 꽃송이를 달아드리는 자식들의 마음은 감사와 존경과 사랑이어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하나의 정표요 상징에 불과할지라도 그 정표에 함축된 뜻과 정성은 무한정 깊고 질긴 인연과 은혜에 대한 보답임에 틀림없다.
세태와 시속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뀔지라도 본질적으로 바뀔 수 없는 것이 어버이와 자식 사이의 인륜이다. 그것은 사랑과 존경,자애와 희생으로 얽힌 숙명적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사랑과 공경은 커녕 부모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분신과 투신 등 젊은이들의 자해행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자기선택일지 몰라도 어버이에게는 자신의 죽음이상으로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다. 바로 어버이날 부모님에게 보은의 정표 대신에 분신자살이라는 행위로 부모님의 가슴 깊숙히 대못을 박아 버린 어느 젊은이의 결정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이세상 어버이를 어이없는 슬픔과 고통에 떨게 한다.
본인은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과 불효정도는 감수해야할 작은 일쯤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가슴에 무덤을 파놓는 잔혹한 불효를 범하지 않고서도 대의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길이 결코 없었을까. 우리 모든 자식된 젊은이들은 숙연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들이 바치는 한 송이 카네이션을 떳떳하게 받을 수 있는지도 반성해볼 계제이기도 하다. 무조건 자기 가정,자기 자식들만을 위해 남을 희생시킨 것은 아닌가. 가족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정도와 합리를 묵살하고 사리와 사욕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닌가. 그리하여 자식을 실망시키고,자식의 사회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부모가 오히려 일조를 하지는 않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의 수서비리,페놀오염,뇌물외유로 대표되는 정치·경제적 부패와 부동산투기,향락·퇴폐산업의 창궐로 나타난 사회적 타락 따위는 젊은이들에게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 전체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 주고 이로 인해 저항적 기질을 체질화시키는 근본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오늘날 대학과 거리에서 빚어지는 젊은이들의 소요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는 정치·경제·사회 각계 각층의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좌절의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버이날을 맞아 어버이와 자식의 처지에서 각자가 서로 동떨어진 시각으로 보는 좁은 현실감각을 벗어나 무엇이 부모와 자식,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의 세대간 단절의 깊은 골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갈 미래상을 키우는 길인지를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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