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검찰' 금감원 위상 추락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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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밤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비리와 관련해 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되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과 신상식 전 광주지원장의 구속으로 '금융검찰'이라는 금감원의 위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의 2인자인 현직 부원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김 부원장이 소관 업무인 상호신용금고(현 상호저축은행) 매각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금감원의 업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조만간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까지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데다, 김 부원장 외에 간부 2~3명이 김씨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등과 관련해 금감원의 상당수 임직원이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개인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고 저축은행과 관련한 비리 행위 역시 일부 실무급 직원이나 또는 퇴직 간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금감원의 한 중견 간부는 "지난해 말에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현직 부원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금감원의 위상 추락을 걱정했다.

◆저축은행과 금감원의 악연=금감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던 저축은행 업계는 금감원 비리의 단골메뉴였다.

지난해 9월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경기도 분당의 좋은저축은행은 금감원 출신 선임검사역 임모씨가 2002년 기존 저축은행을 인수해 경영했던 곳이다. 임씨는 저축은행 대표가 된 이후 전산거래 조작 등으로 불법대출을 일삼는 등의 비리 끝에 결국 경영난으로까지 은행을 내몰았다. 부산의 인베스트저축은행도 금감원 검사역 출신의 문모씨가 인수했다가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등으로 부실이 쌓이면서 경영이 악화돼 2005년 제3자에게 매각됐다. 2000년에는 당시 '정현준 게이트'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됐던 장모 비은행검사국장이 도피 8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퇴직한 직원들의 경영비리였을 뿐 금감원 업무와 관련된 비리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김 부원장의 구속으로 금감원 업무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2000년부터 저축은행 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부실금고가 속출했다"며 "이 와중에 업계는 물론 금융감독 당국의 인사들까지도 비리에 연루되는 등 복마전에 휩싸였다는 얘기가 많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금감원=금감원은 이날 하루종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특히 금감원 직원 1300여 명은 이날 오전 김 부원장의 구속 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할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만들어 법원에 제출했다.

금감원 노조는 "비리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사건에 금감원 임직원이 연루된 점에 대해 금감원 전 직원을 대신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나 "검찰이 단순히 일부 피의자의 말만 믿고 임의로 (김 부원장을) 긴급체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검찰이 이번 사건을 잘못 수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감원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적절히 대처하길 바라며 만약 이번 사건을 이용해 또다시 금감원에 대해 부당한 조치를 취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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