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이제 그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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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아침 출근길의 이용훈 대법원장은 아무런 말 없이 대법원 청사에 들어섰다. 대법원 관계자들은 '전별금 의혹' 관련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을 제지했다. 이 대법원장을 면담한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오후 3시 기자 간담회에서 "대법원장님이 '걱정하지 마라, 그런(전별금을 준) 사실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무렵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법조비리로 구속기소된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의 변호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 대법원장의 전별금 이야기를 공개했다. 평소보다 이른 오후 5시45분 퇴근길의 이 대법원장은 "다른 판사들에게도 전별금을 줬느냐"는 취재진을 향해 "이제 그만하자"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잇따른 구설수로 도덕성에 흠집을 입은 이 대법원장의 이날 모습은 곤혹스러움 자체였다.

지난해 초 두산그룹 총수 일가 사건 재판 결과를 놓고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지난해 9~10월 일선 법원을 순회하며 '공판중심주의'를 역설할 때의 자신만만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검찰.변호사에 대한 비하 발언 파문이 일어 대한변호사협회가 탄핵 주장을 했을 때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얘기했다.

4일 변호사 시절의 '세금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결백을 주장하며 "언론에 섭섭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전별금 의혹'까지 불거지자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등 언론을 기피했다. 특히 개신교 장로인 이 대법원장은 일요일인 7일에도 취재진을 피해 평소 다니던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대법원 관계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대법원장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당초 "인사 오는 후배나 옛 배석판사들에게 20만~30만원쯤 줬을 것"이라던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의 설명을 대법원 측이 뒤늦게 "김 실장이 추측으로 대답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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