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 일주일째 장고 … 여권'선도 탈당'기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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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건(사진) 전 국무총리의 장고(長考)가 계속되고 있다. 2일 이래 지금껏 공식 일정이 없다. 이번 주에도 그의 스케줄 표는 주말까지 내내 비어 있다고 한다.

8일엔 재경 전북도민회의 신년 하례회에도 불참했다. 호남 출신인 그로선 챙길 법한 행사였다. 사전에 잡힌 언론사와의 인터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다. 이를 두고 측근들은 "정국 구상을 위해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충돌 이후 스스로 정국을 돌파할 만한 묘수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주변의 얘기다. 그는 원래 지난달 중 여야 정파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띄운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1월 중순을 향해 가는 지금껏 아무런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가까운 의원들과 함께 독자 신당을 꾸리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지도가 답보 상태여서 자체 추진력이 생겨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고 전 총리는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들의 선도 탈당이다. 몇 명이라도 뛰쳐나온다면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여권 개편의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 측근은 "여권에서 선도 탈당한다는 사람이 없었으면 (계속) 지지부진했을 것"이라며 "시운(時運)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핵심 측근이 이번 주 중 선도 탈당 입장을 밝힌 염동연 의원과 만날 예정이다.

또 다른 측근은 "염 의원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중을 파악할 것"이라며 "이후 자세한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 정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권에서 탈당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을 두고 "(고 전 총리에게) 장기적으론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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