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탈당론'에 휩싸인 열린우리 "결국 신당 주도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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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中)과 비상대책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동료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미경 의원, 김한길 원내대표, 김 의장, 문희상·김부겸 의원. [사진= 강정현 기자]

▶천정배 의원="2월 전당대회가 당내 이견을 미봉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비상한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염동연 의원 등이 탈당을 시사한 것은 충정에서 나온 것이다. 매도.폄하해선 안 된다."(오후 1시30분 기자간담회)

▶이계안 의원="(책임지기 위해) 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인지, 당을 떠나야 하는 것인지 깊이 고민 중이다."(오전 e-메일 편지)

8일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염 의원의 5일 이른바 '선도 탈당' 발언 이후 여당은 걷잡을 수 없이 탈당론에 휩싸이고 있다. 통합신당파 의원 다수는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친노(親盧) 그룹 등 당 사수파가 당을 지키려 한다면 "결국 우리가 떠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구례)는 시각에서다.

'통합신당으로 가는 2.14 전당대회'가 되지 못할 바엔 헤어지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당의 정체성이 지나치게 보수적 또는 진보적으로 흐를 경우 탈당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정은 가파르다.

당헌.당규 개정안 무효 확인 가처분 결정(11일)→전대 준비위의 활동 종료(18일)→원내대표 선출(1월 말)→전당대회(2월 14일)의 고비를 거치면서 탈당 여부.방향.규모가 드러날 것이다.

친노 이미지를 탈색하고 진보 또는 전문가 그룹과 통합해야 한다고 보는 수도권 의원들도 탈당론을 입에 올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비호남인 우리가 먼저 탈당하자는 얘기를 서로 나눴다"고 전했다. 김낙순(서울 양천을) 의원도 "한없이 끌려갈 순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와 가까운 호남권의 양형일(광주 동) 의원은 "전대의 성격과 의제에 대한 합의가 안 되면 선도 탈당이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도 탈당론이 번지는 건 새로 탄생할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장악하기 위한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간 노선 투쟁, 재선 그룹이 제기한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의 배제론이 그런 차원이란 것이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하겠다"며 다소 '보수적인' 대북.경제정책을 내놓았다. 부동산.교육정책 등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통합신당파의 또 다른 주인공인 천정배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이념적 포로가 된 이들을 개탄한다"고 강 의장을 비판하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김근태 의장은 지금껏 알려져 왔던 반노(反盧) 입장과 달리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힘과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다"며 "대통합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마음과 힘을 같이한다면 신당 당적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지금은 천하 대란"이라며 "국민이 관심을 갖는 세력이 헤게모니를 잡으면 (위기가) 돌파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애·김성탁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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