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중앙일보 논술자문단이 평가한 연세·한양·경희대 논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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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9일 성균관대에 이어 11일 고려대.숙명여대, 12일 서강대, 16일 서울대.한국외국어대 등 전국 21개 대학에서 23일까지 실시한다.

◆어떤 문제가 출제됐나=각 대학이 출제한 문제의 형식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 대학 공통으로 ▶지문을 읽은 뒤 논제를 분석하고 ▶특정 관점이나 해결 방안 간의 차이점을 비판.설명하거나 ▶사회현실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연세대는 '장자'의 '추수편'과 김유정의 '동백꽃' 등의 제시문을 주고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출제위원장을 맡은 김왕배(사회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을 사회 현상과 접목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는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었다. 수전 조지의 '루가노 리포트' 중 일부를 고교 수준으로 편집한 글, 우리나라 인구 급감 현상과 출산 제고 정책, 런던의 도시 문제 해결 정책에 관한 글을 제시문으로 사용했다.

경희대는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특징을 이해하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구약성서'의 '열왕기 상권 3장'과 정일근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등 6개의 제시문을 사용했다.

◆지문 쉽게 내고 사고력 평가=자문단 교사들은 "각 대학이 쉽고 구체적인 지문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세대는 지난해에 '문제를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평을 들었지만 올해는 교과서에 나온 지문과 내용을 반영했다. 연세대 논술시험을 본 한모군은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장자'의 지문 해석 방법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난이도는 대부분의 교사가 경희대와 한양대는'중간 수준', 연세대는 '중간 또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화여고 문우일 교사는 "연세대는 지난해에 '주역'과 관련된 추상적인 논제로 수험생을 곤란하게 했는데 올해는 '공감'이라는 핵심 주제를 문제에서 알려 줬다"고 분석했다. 서라벌고 김성학 교사도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익숙한 지문을 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문은 쉬웠지만 문제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고력의 깊이와 글쓰기에서 실력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사관고 백춘현 교사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쓰는 문제는 답변이 비슷해지므로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구 협성고 유택환 교사도 "인구 문제같이 학생들이 사회 교과에서 배우는 익숙한 논제는 글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성했는가에서 변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합교과형 반영됐나=이번 시험은 2008년 새 대입을 앞두고 실시된 만큼 문제가 통합교과형 성격을 띠느냐에 관심이 모였다. 명덕외고 송국현 교사는 "연세대가 발표했던 2008년 예시문항과는 달리 이번 시험은 기존 논술 유형 수준으로 통합교과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과 영역 간의 넘나듦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반면 인천 강화고 육우균 교사는 "철학.심리학.문학.과학 등 다양한 지문을 논제에 연결시켰으므로 통합교과형 논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희여고의 윤상철 교사도 "3개 대학 모두 수리.과학적 자료만 덧붙이면 쉽게 통합교과형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공교육에서도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 금호고 이규연 교사는 "대학들이 철학.고전 등의 배경 지식이 아닌 일상 사회에서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하.박수련 기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 자문단'=본지가 지난해 11월 대입 논술을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교 교사 33명으로 구성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사립.공립고, 특수목적고 등에서 논술을 가르치거나 지역 교육청 논술 연수 강사 등으로 활약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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