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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돈·돈·돈 했는데 강아지 보살피더니 변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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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돈보다 해피가 좋아

전지은 글, 고상미 그림

열린생각, 240쪽, 9500원

초등 고학년부터

민석이는 돈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민석이의 아버지는 가난하게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해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런 아버지는 민석이에게 일찍부터 용돈 벌이와 장부 관리를 가르쳤다. 민석이는 차곡차곡 늘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3000만 원을 모아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대신 민석이에겐 친구가 거의 없다. 손해 볼 거래는 절대로 하지 않는데다, 매일 용돈 벌이에, 경제 공부에 장부 정리까지 마치려면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석이는 다치고 버림받은 개를 집 지하창고로 데리고 와 간호한다. 생명체를 돌보는 일이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민석이는 개의 이름을 '해피'라 지어준다. 그런데 해피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해피는 개가 아니라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한 여우였다. '어린 왕자'에서처럼 여우는 민석이에게 조언한다.

"네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이 일을 하면 돈이 들어오겠지?'라거나 반대로 '이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없을 텐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해. 엄마를 돕기 위해 설거지를 하고, 아빠를 좋아하니까 구두를 닦아 드리고…. 그렇게 했는데 부모님께서 너의 행동을 기특하게 여기고 용돈을 주시면 고마운 것이고 말이야."

해피는 민석이에게 행복 통장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 3점, 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면 2점, 행복이 행복을 낳으면 1점…. 절대로 잔고가 줄어들지 않는 행복 통장을 채워나가며 민석이는 서서히 변화한다. 민석이가 스스로 행복 통장 잔고를 늘릴 수 있게 되자 해피는 이별을 통고한다. 민석이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운다.

'어린왕자'에서 '길들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하는 여우'를 데려다 '돈을 길들이는 법'을 논하게 한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선 경제적으로 공평한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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