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앞세워 아시아 패션시장 공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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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힐튼 호텔 체인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이 세계 유행의 아이콘이라면, 아시아 시장에선 한류 스타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한류 스타로 승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디자이너 단체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박윤수(53.사진) 회장. 그는 이달 말 SFAA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부회장으로 4년, 회장으로 4년 동안 협회 일을 하면서 그를 가장 고무시킨 일은 한류의 힘찬 비상이었다고 한다. 한류가 한국 패션계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날개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중화권에서 탤런트 안재욱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제가 만든 가죽 재킷을 안재욱이 입고 중국 지역 팬 미팅 장소에 나타나면 그날 제 사무실 전화는 불이 납니다. 안재욱 팬들이 거는 전화죠."

한류가 한국 디자이너들의 이름값을 높였다는 말일까. 그는 "아쉽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갖고 싶은 것은 '안재욱 재킷'이지 '박윤수 재킷'이 아닙니다. 패션 브랜드와 한류가 아직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해외 스타들의 경우 패션 자체도 화제인데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해법이 궁금했다.

"스타를 떠올릴 때 이미지 자체가 떠오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드라마 '대장금'의 이영애 하면 '전통 궁중 의상 한복'이 떠오르잖아요. 한류 스타 역시 스타일을 확실하게 잡아줘야 하고 그런 스타일을 패션 디자이너가 완성시켜 주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겠죠.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SFAA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패션쇼인 서울 컬렉션의 통합을 꼽았다. 패션 단체마다 따로따로 열던 서울 컬렉션이 2003년 3월 처음으로 같은 기간 동안에 개최된 것이다.

정기적으로 패션쇼를 열고 있는 도시라고 해봐야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정도이기 때문이란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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