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년 전 전쟁 때 '점토공' 무기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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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하무카르 유적에서 발견된 점토공.

지금까지 발견된 전쟁 유적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6500여 년 전의 전투 흔적이 시리아 북부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점토를 말려 딱딱하게 굳힌 공을 전쟁무기로 사용했다는 증거도 찾았다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가 4일 발행된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국 시카고대학 발굴팀이 시리아 북부 하무카르 지역에 위치한 6500여 년 전의 거주지 유적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대규모 전쟁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발굴팀을 이끌고 있는 독일 고고학자 클레멘스 라헬은 "이 전쟁터에서 2300여 개의 공격용 점토공이 발견됐다"며 "이곳에서 단순한 교전이 아닌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국경과 인접한 하무카르는 북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다. 시카고대학 동양학연구소 발굴팀을 이끌고 있는 라헬은 "거주지 전체가 3m 높이의 진흙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을 정도로 당시 이 도시의 방어력은 대단했다"며 "2300여 개에 이르는 공격용 점토공은 당시 전투가 대규모였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라헬은 "그동안의 발굴작업에서 점토공에 맞아 파괴된 성벽과 투석기로 발사된 다양한 크기의 점토공을 발견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발견된 점토공은 3cm 정도의 작은 것부터 최고 12cm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2003년부터 하무카르 지역 발굴을 지휘한 라헬은 "당시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세력 확장에 위협을 느낀 남부 도시들이 하무카르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둘 라자크 무아즈 시리아 문화부 차관은 "하무카르에서 발견된 점토공은 인류 문명 발달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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