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동선이 북한 정책의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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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면1:지난해 11월 25일, 본지 기자는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공장 벽에 '사랑과 믿음으로 이어진 보답의 5년'이라는 붉은 구호가 선명했다. 김 위원장이 2001년 7월 이 공장을 '현지지도(방문)'한 것을 기념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어린이용 애기젖가루(분유).콩우유(두유) 생산을 확대토록 지시했다. 이는 아동들의 식료품 수급 정책으로 이어졌다. 북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각 도.시의 책임일꾼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수많은 학교와 유치원에 염소젖과 콩우유를 정상 공급하고 있다."(북한 교육신문, 2005년 11월 24일자)

#장면2:핵실험을 예고한 사흘째인 지난해 10월 6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최고사령관께서 조명록 국방위 1부위원장.김영춘 총참모장.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최근) 조선인민군 정치지도원대회 참가자들을 축하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군 수뇌부 3인방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사흘 뒤 있을 핵실험의 강행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그해의 국가 운영 계획에 맞춰 방문지.참석 대상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 던질 메시지까지 감안한다.

2001년부터 6년간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 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총 636건이었다. 방문 기관.행사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국방 쪽이 절반 이상인 337건이나 된다. 군 부대 방문이 주류를 이룬다.

김 위원장의 국방 관련 활동은 매년 공개활동 중 절반 이상이었으나 유독 2002년엔 30%대로 떨어졌다. 그해 4월 남측에서 임동원 특사가 방북해 경의.동해선 철도 연결에 합의하고, 북.일 정상회담(9월)이 성사됐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경제(102건).외교(92건) 분야는 그 다음이다. '삼수발전소 건설장 현지지도' '흥남비료연합기업소 현지지도' 등 취약 부문으로 손꼽히는 전력.비료.식량과 관련된 곳이 많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용수·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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