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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방식 싸고 열띤 토론/IPU 대표단 평양방문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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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일성연설 대남 비방 없어/만찬앞서 “팀스피리트 그만둬라”에 분위기 서먹/박 단장 『편지』노래에 윤 단장 『꽃파는 처녀』로 응수 ○…28일 저녁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남북간 IPU대표단간의 첫 대면은 당초 윤기복 통일정책심의위원장의 만찬초대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나 북측이 만찬에 앞서 돌연 팀스피리트훈련 중지·통일방안·불가침선언 문제 등을 공식으로 제기하고 나서 무려 한시간반 이상 남북간 열띤 공방전이 전개.
북측의 윤위원장과 박정수 단장은 『우리는 침략의도가 없다. 믿어달라』고 강조하면서 상대측의 호전성을 지적했는데,때로 고성이 오가는 설전.
윤위원장은 한국대표단 12명과 박상문 국회사무총장이 만찬장 옆에 마련된 회의실에 정좌하자마자 곧바로 『팀스피리트 훈련은 그만둬야 한다』고 이를 들고나와 이날 비공식회담이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
그는 미리 발언내용을 준비한듯 북측의 입장을 먼저 정리해 밝히면서 『남침위협이라는 있지도 않은 유령을 만들어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말라. 우리는 남침의사와 능력이 없다. 남에서도 북침을 생각말라. 어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남조선 군부책임자가 기습공격을 하겠다는 호전성 발언을 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종구 국방장관의 북한 핵시설응징 관련발언을 들고 나왔다.
윤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남이 자본주의를 하든 무엇을 하든 간섭할 생각이 없다』며 『북과 남이 서로 다른 제도와 정부를 그대로 인정하는 기초위에서 평화공존을 해야 한다』『누가 먹거나 먹히는 방법이 아닌 「연방제」통일방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
북측의 입장표명이 끝나자 박단장은 『우리도 불가침선언,군축문제에 대해 전혀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전제,팀스피리트 훈련이 방어용임을 역설하면서 『중단된 남북 고위급회담,국회회담,적십자회담 등을 빨리 재개하자』고 촉구.
박단장은 『서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불가침선언이나 군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서로 믿지 못하는한 어떠한 선언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선신뢰구축을 위한 남북대화의 재개,이산가족의 재회가 필요함을 역설했고 『우리는 북침의사가 추호도 없음을 절대로 믿어달라』고 호소. 박단장은 잇따라 전격적으로 상호불신을 씻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
○…비공식회담장의 험악한 분위기와는 달리 양측 대표단이 만찬장으로 옮기자 딱딱했던 분위기는 서서히 풀려나기 시작. 그러나 윤위원장은 만찬인사말을 통해 『전쟁위험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정치성 발언을 빠뜨리지 않기도.
특히 만찬장의 분위기는 조세형 의원이 동갑내기인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두명과 마이크 앞으로 나가 『아리랑』을 합창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조.
밤 10시반까지 계속된 만찬에서 박정수 단장은 『편지』,김용채 의원은 『그리운 금강산』,김현욱 의원은 『사랑해』 등 주로 정치성이 없는 가요과 가곡을 부른 반면,북측의 윤단장은 『꽃파는 처녀』를 불렀다. 또 남북 국회회담 대표 10명이 함께 나가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고 몽양 여운형의 딸인 여연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박영숙·도영심 등 여성의원들도 『고향의 봄』을 합창해 좌중에 화기가 만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29일 오전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IPU 제85차 총회 개막식에 참석,남북 통일문제 등에 대한 원칙론적인 입장만 개진하고 남측을 비난하지 않았다.
김주석은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대표단 환영연설이 끝난 뒤 등단,약 10분동안 준비된 원고를 읽었으나 내용이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편.
김주석이 『조선반도를 비핵지대·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 등에서 모두 10차례의 박수가 나왔는데 좌석 뒤편의 북측 인사들은 열렬히 박수친반면 앞좌석의 외국대표들은 연설을 조용히 경청했다.
김주석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준비된 원고를 고저장단 없이 읽어 과거의 연설모습과는 달라보였으며 입장할때 걸음걸이가 무거운 인상.
박정수 단장은 『자극적인 내용은 피한 것 같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내용만 밝히고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평가.<평양=국회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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