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로 머리 때려/명지대생 사망/체포조에 쫓겨 달아나다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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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머니 “경대야” 통곡 세차례 실신/조문 줄이어… 학생 2천명이 경비
26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정문앞 40여m 지점에서 시위중이던 명지대생 강경대군(20·경제1)이 진압작전을 하던 사복전경들에게 쇠파이프등으로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강군은 이날 오후 3시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총학생회장 구출투쟁집회」에 동료학생 4백여명과 함께 참여,오후 4시쯤부터 교문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강군은 시위대열에 섞여 교문밖 1백여m 지점까지 진출했다가 진압경찰이 밀려오자 학교안으로 피하기 위해 높이 1m쯤의 담을 넘다 전경들에게 붙잡혔다.
명지대 정문앞 코이노니아제과점 주인 탁상철씨(36)는 『학생들이 학교담을 넘어 달아나던중 1명이 담을 반쯤 넘다 사복전경들에게 붙잡혀 5분여동안 집단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강군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실신,당황한 경찰이 길가에 놓아두고 철수한뒤 학생들에 의해 학교보건소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마비된 상태였고 승용차로 8백여m쯤 떨어진 성가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강군의 사체를 검안한 성가병원 외과과장 박동국씨(35)는 『오른쪽 이마가 5∼10㎝쯤 함몰된채 피를 많이 흘려 도착당시 숨진 상태였다』고 밝혔으며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의사 최옥경씨(27·여)는 『강군의 오른쪽 이마 눈썹 윗부분이 폭 0.5㎝,깊이 2㎝쯤 찢기고 왼쪽 어깨와 오른쪽 무릎부분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진압 현장에는 조문영 서울 서부경찰서장의 지휘로 전경 3개중대 4백여명이 출동했었다.
경찰은 27일중 강군의 유가족·학생대표 등과 협의,정확한 사인을 규명키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공개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강군의 시신이 안치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는 27일 오전 강군의 사망소식을 듣고 달려온 명지대생등 각 대학생 2천여명이 병원을 둘러싸고 재야인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편 26일밤부터 27일 오전까지 영안실에는 정치인·재야인사 등의조문이 줄을 이었다.
26일 밤 신창균 전민련 상임의장이 다녀간 것을 비롯,27일 오전 8시부터 문익환 목사·계훈제씨 등 재야인사들이 조문했다. 27일 오전 9시쯤에는 이기택 민주당 총재등 민주당 간부 5명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강군의 어머니 이덕순씨(40)는 26일 오후 11시쯤부터 27일 오전까지 세차례 실신,응급실로 실려가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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