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추진력 급속 냉각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간중앙

■ 원화 강세로 수출 적신호… 2007년 하반기 회복세 시현
■ 2007년 아파트값 상승, 2008년 하락… 경기 경착륙 우려
■ 대통령선거 기대심리로 소비 안정세 보일 듯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기관의 시선에서는 싸늘함이 느껴진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한국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는 ‘둔화(Slower)’ ‘후퇴(Down)’ ‘냉각(Cooling)’ 등의 단어가 가득 차 있다.


모건스탠리는 2006년 11월29일과 12월6일 두 차례에 걸쳐 2007년 한국경제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아시아태평양본부의 샤론 램(Sharon Lam)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이들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현재 상황과 새해 전망을 담고 있다.

1차로 나온 보고서는 제목부터 ‘한국경제, 모멘텀이 식어간다(Cooling Momentum)’며 우려를 나타낸다. 보고서는 “한국의 거시 지표가 최근 몇 달간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칭찬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A4 용지 2장 분량의 내용 중 칭찬은 이 한마디가 거의 전부다.

보고서는 최근의 긍정적 기대심리에도 향후 수개월간 거시 지표는 실망스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몇 달간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수출이 예상보다 심한 침체에 빠질 것이며, 이로 인해 경기 후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29일자
한국경제 모멘텀 냉각 중

1.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 최근의 긍정적 기대심리에도 향후 수개월간 거시 지표는 실망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생산과 기업 투자는 수출 때문에 부진할 것이며 10월의 지표도 그러한 추세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가 내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건설과 소비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2. 경상수지 악화 조짐

― 향후 몇 달 동안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겠지만, 수출이 수요 감소와 원화절상이라는 두 가지 압력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흑자 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로 인해 해외여행과 해외사업 확장이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서비스 부문 수지 적자 폭도 더욱 커질 것이다. 요약하자면, 앞으로 몇 달간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를 뒷받침할 긍정적 요인은 볼 수 없을 것이다.

3. 수출 가득률 저하로 설비투자도 둔화

― 한국의 설비투자는 이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줄어드는 수요와 원화절상이라는 두 가지 압력 때문에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수익 악화를 불러올 것이다. 사실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이제는 설비 교체 투자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경제 성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확장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4. 소비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

― 경제 침체에도 소비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황기에 과소비가 없었고, 그에 따라 침체기에도 급격한 조정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2007년에도 이 부분이 최우선 정책순위에 오를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양호하다.

2006년 12월6일자
2007년 경기침체에서 살아남기

1. 향후 수개월간의 성장 둔화에 대비해야

― 한국경제는 더욱 어두운 수출 전망 때문에 성장이 둔화할 것이다. 최근의 경기 반등은 이미 예측됐던 것인데, 시장에 예상 외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긍정적 결과를 낳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2007년 상반기의 경기 침체는 심하지 않을 것이며,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6년 예상치 5.1%보다 낮은 4.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GDP 성장률은 4.8% 정도.

2. 중국 변수, 원화절상 후유증

― 중국은 계속 한국의 경제 전망에 긴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향후 자본재 수출이 꽤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중국이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원화절상으로 한국상품의 수출단가가 일본과 대만의 수출단가보다 더 빨리 인상되면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생산 및 설비투자 등도 침체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정부의 지원 조치 발표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3. 부동산 등 예측할 수 없는 요인

― 2007년에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이 경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2008년에는 가격 하락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7년에는 주택 가격이 공급 부족 때문에 더 이상 오르지는 않더라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2007년 말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제한에서 완화로 방향을 트는 등의 정책 변화를 모색하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위험요인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2007년에 주택 가격이 현재의 상승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08년에는 경기 경착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007~08년의 한국경제 전망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상당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4. 탄탄한 펀더멘털, 그러나 경기 반등은 역부족

― 한국경제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2006년 3분기에 반등을 기록했고, 그에 따라 더욱 많은 전문가가 경제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 반등이 더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부문과 유동성 여건이 나빠지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도 전반적으로 약화할 것이다.

― 하지만 오해하지는 말라. 호황기에 과잉 대출이나 과소비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향후 수개월간 거시적 여건이 시장을 실망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가오는 경기 둔화가 심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이 2007년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믿는다.

― 특히 2007년 말의 대통령선거는 내년 내내 기대심리를 부추길 것이며, 2008년의 베이징(北京)올림픽은 한국산 전자제품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7년에도 계속 상승하겠지만, 우리는 2008년에는 주택 건설이 증가해 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은 2007년에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위험요인으로, 2008년에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GDP 성장률 2007년 전반기 3.6%, 후반기 4.2%

― GDP 성장률은 2006년 예측치 5.1%에서 2007년에는 4.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1년 전에 내놓았던 4.3%라는 예상치를 고수하고 있으며, 그 수치가 여전히 현실적일 것으로 믿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2007년 전망을 처음에는 4.8%로 예측했다 나중에 4.4%로 수정했는데, 이는 우리의 예측이 대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 GDP 성장률이 2007년 전반기에는 3.6%로 낮아지지만, 후반기에는 4.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 회복세는 2008년 대부분의 기간에도 이어져, 2008년 성장률은 4.8%로, 계속되는 추세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전셋값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2007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이 환율 상승으로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2006년 상승 예상치 2.3%에서 2007년에는 2.6%로 소폭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6. 이자율 & 환율 변화

―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상승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6개월간은 이자율을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가 회복되는 2007년 하반기에는 이자율 인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조기에 다시 인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원화절상 압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 2007년 말 한국 원화의 대 달러 환율은 880원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는 이미 과대평가됐지만 달러화에 대한 전반적 약세 의견 속에서 절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화는 2007년에도 강세를 보이고, 이 점이 한국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7. 수출은 침체할 것

― 장밋빛 수출 추세는 역전될 것 같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은 모두 경기 연착륙이 예상되지만 침체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홍콩을 합치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른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2003년 이래 한국 GDP 성장에서 15%를 차지해 왔다.

우리 팀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2006년의 10.5%에서 2007년에는 줄어드는 고정자산투자 때문에 9.3%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내수시장을 위한 기계류와 장비(대중국 전체 수출의 30%)를 공급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출 증가와 고정자산투자에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한국의 자본재 수출이 내년에는 상당히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 때문에 미국경제의 약세가 내년 초까지 계속되고, 그에 따라 소비도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미 소비재 수출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씀씀이가 늘어나는 것에 크게 좌우되는 고가 소비재들은 특히 타격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 원화절상으로 한국산 제품과 일본산 제품의 가격차이가 대폭 좁혀지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 대비 원화의 절상은, 미화 표시 한국 수출가가 일본과 대만의 수출가보다 더 빨리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잠식하기 시작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8. 설비투자 & 기업대출 둔화

― 한국은 더 이상 구조적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출 주기가 하강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생산과 더불어 설비투자도 동시에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급격한 침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이유는, 이 주기에서 한국의 설비투자 회복이 생산 요구를 채우기 위한 실제 수요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하강기에 조정해야 할 과잉투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증가는 2006년 7.5%에서 2007년에는 4.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본지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01년과 2003년에 비하면 완만한 감소다.

― 은행권의 대출도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제한되고 있다. 첫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시가 대비 대출 비율을 투기 지역의 경우 시중은행은 40% 이하, 비은행권 금융기관은 50% 이하로 인하했다. 둘째, 한국은행은 은행의 예금준비율을 평균 3%에서 3.8%로 인상했고, 그에 따라 모든 은행은 지급준비율보다 자금이 부족하게 됐으며, 우리의 추산으로는 총 4조7,000억 원 정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다.

9. 소비는 상대적으로 호조

― 소비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기의 소비 둔화는 수출 침체보다 그 폭이 상당히 좁을 것인데, 이는 내년에 소비가 상대적으로 호조일 것이라는 의미다. 먼저, 한국의 소비자들은 소비 회복기인 2005~06년에 과소비하지 않았다. 실제로 거품 붕괴 이후의 소비 회복세는 우리 예측대로 소폭에 그쳤다. 소비 증가의 정점은 실질 액수 면에서 4.8%였는데, 이는 이전 정점 9~10%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 늘어난 수명과 사회보장의 부족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여분의 부가 저축으로 몰리기 때문에 소비에 대비한 부의 승수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가계 순저축은 2002년의 최저수준 2.2%에서 2006년에는 4.3%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는 가계 순저축이 2.4%이고, 미국의 경우는 -0.5%다. 이 두 나라는 모두 저축률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 2007년 선거 기대심리… 부동산 강세

― 2007년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전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로 예산을 집행하리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기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감세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부가 재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북한이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빠른 남북통일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이 내년 선거에만 집중된다면 한국의 주택시장 규제는 급선회해 제한에서 완화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007년의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또한 2008년에는 경기 경착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의 핵심적인 가정은 정부가 계속 부동산시장을 견제하리라는 것이지만, 조세정책을 사용하는 대신 정부가 소위 ‘윈― 윈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 물량이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내년에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도시 개발도 단기적으로는 주거 여건 향상에 대한 기대로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은 더 많은 신규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는 2008년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주택가격 강세가 유지되면서 소비는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11.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는 하지 말라

― 이자율 인하도 내년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 문제가 이자율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의 부동산 구매는 투기 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최근의 가격 상승폭이 너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격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비가 우리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그에 따라 통화긴축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 불안정한 부동산시장에 직면해 있지만 수출주도형 경제가 경기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가까운 장래에 이자율을 인상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결과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더 나은 수출 전망과 안정적인 국내 수요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되는 2007년 하반기까지 조정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할 것이다.

2007년 하반기의 추가적 이자율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 위험을 보일 경우에만 이자율 인하가 이루어질 것인데, 2007년에는 이러한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 2008년 경기 회복세 지속…부동산시장 위험 증가

― 경기는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은 ▷정부의 주택 공급 공약에 따른 건설활동 증가 ▷정부가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함에 따른 소비 안정 ▷한국산 반도체·가전제품·자동차 수요를 불러일으킬 베이징올림픽이 다가옴에 따른 수출 증대 등이다.

― 하지만 더욱 많은 신규 주택 건설이 완료돼 수요를 초과하는(새 세대의 증가 대비) 2008년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해 부동산시장이 악화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2007년에도 계속 상승한다면 2007년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통화긴축을 촉발할 수도 있고, 2008년 들어서는 새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강화하게 할 수도 있다.

정책 규제가 강화되고 그와 함께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2008년에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주택시장을 신중하게 다루어 지나친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을 2007년 부동산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일환_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