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방영 중단에 제작진 거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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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돌연한 조기 종영방침으로 외압의혹 등 구설수에 오른 MBC-TV 드라마『땅』이 종영시기를 놓고 회사측과 제작·출연진사이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측은 당초 결정대로 5월말로 방송중단시기를 잡아 놓고 있으나 정작 제작진과 출연연기자들은 계획된 50회 방송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 달말 드라마를 끝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저하, 기획의도의 중도변경 등을 문제삼아 방송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던 회사측은 제작진의 반발과 작가의 집필 거부에도 불구, 마무리 방송을 위한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 특히 작가와 출연 연기자들은 회사측의 이같은 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측 결정을 쫓아 5월말까지로 하는 방안, 가을 개편 때까지 연장토록 촉구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한 끝에 50회 방송 관철을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히고 회사측이 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드라마제작에 참여치 않기로 했다.
작가 김기팔씨는『처음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방송사 측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고『그러나 방송사 측이 태도만 바꾼다면 지금이라도 원고를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기자들은『시청률이 높고 내용에 별 문제가 없는 드라마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50회 방송 계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설사 작가가 대본을 쓴다 해도 출연하지 않겠다』며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연출자 고석만씨(43)는『제작의도가 바뀐 적이 없고 작가와 연기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를 이미 회사측에 전달해 놓고 있다』며 드라마의 중도하차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결국『땅』은 15회(28일 방송)분에 대한 촬영을 끝으로 3공 초반부를 다루다 미완의 작품으로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회사측이 내놓은「한달 유예」의 편성예고는 중도 종영방침이 제작·연기진의 사기를 저하시켜 사실상 이 달 말로 드라마가 끝날 것을 사전에 예상한 생색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주위에는 적지 않다.
회사측이 최근 봄철 TV프로그램 개편 때 이미 방송중단을 결정해 놓고도 공식 발표하지 않다가 뒤늦게 조기종영사실을 홀린 것으로 볼 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회사측의 일방적인 중단보다는 제작진과의 원만한 대화를 토대로 종영시기가 재조정돼야 드라마의 도중하차에 따른 갖가지 의혹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방송사안팎에서 계속 일고 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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