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세계화 1등 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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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의 이동통신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사건이 지난해 있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인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시스템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국산 이동통신 시스템이 선진국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동호(50.사진) 교수가 가장 먼저 꼽힌다. 와이브로가 세계 무대에 데뷔하도록 기획에서부터 국제협력 전선 구축, 국제표준 반영, 국제시장 창출, 서비스 완성도 제고, 기업체 간의 이해 관계 조정을 주도적으로 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올 시무식 때 '올해의 KAIST인상'을 받았다.

"와이브로 개발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이 될 겁니다. 산.학.연.관이 조직적으로 협력해 국내를 겨냥하기보다는 먼저 세계시장을 목표로 국제표준을 개발했습니다. 그런 뒤 국내외 많은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이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그 표준을 채택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동통신 전문가인 그가 정책 담당자로서 와이브로를 처음 접한 것은 2003년 정보통신부에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단장으로 파견되면서부터다. 그 당시 분위기는 와이브로의 국내표준을 만든 뒤 세계시장을 노려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조 교수가 그 물꼬를 국제표준을 개발하면서 세계시장을 지향하는 쪽으로 돌린 것이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불가능하고 와이브로 사업만 지연시킬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만큼 새로운 이동통신 분야의 표준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제표준에 반영하고, 더군다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국내외 제조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통신사업자들이 그 표준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일을 해 본 경험도 없었다. 조 교수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와이브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와이브로의 세계화 전략과 문제를 해결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우리나라가 로열티를 주지 않고 이동통신 시스템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와이브로가 처음일 겁니다. 와이브로의 원천기술을 우리나라가 개발한 만큼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놓고 한판승부를 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국산 와이브로에 거는 기대가 컸다.

조 교수는 1986년 행정전산망용 데이터 통신장비를 처음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99편의 국제 학술 논문, 161편의 국제학술대회 논문, 62편의 국내저널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특허 76건과 국제특허 46건을 등록하거나 출원하기도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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