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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근거리 보좌가 곧 서열" 군부 '대장 3인방' 실세 중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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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외교관 출신의 현성일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일성 시대에는 공식 서열이 권력의 강도를 나타냈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그와 가까운 측근이란 지위가 곧 권력"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측근들의 집합소=북한은 강성대국을 목표로 선군 정치를 표방한다. 현철해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 박재경 총정치국 부국장, 이명수 총참모부 작전국장(이상 대장) 등 '대장 3인방'이 핵심 실세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핵실험 강행 과정에서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군 계급이 더 높은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상 차수)을 앞설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이들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총 104회) 시 똑같이 42회나 수행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를 갈 때 지위보다 측근 위주로 수행단을 꾸린다.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김 위원장의 신임이 각별한 인물이다. 그는 군 고위직 인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현지지도 수행 횟수(43회)가 가장 많다.

김일성의 외사촌 매부인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은 84세의 고령이다. 그럼에도 1960년대 후반에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데 공로를 세워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백세봉 국방위 위원은 신상 내역이 베일에 가려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50대 후반이며 군 경제를 주관하는 제2경제위원회를 맡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성택 대 이제강=당에는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를 중심으로 측근들이 몰려 있다. 조직지도부는 인사권.감찰권을 갖고 당 운영을 총괄하는 곳으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 이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은 20여 년간 간부담당 부부장으로 일하면서 고위층의 인사 이동을 좌지우지했다. 그는 2004년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숙청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격이 급하고 냉혹하다고 한다. 북한 출신의 한 전문가는 "김정일을 제외한 고위층들은 이제강 앞에서 쩔쩔맨다"며 "당내에서 사실상의 제2인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복권된 장성택 1부부장(근로단체 및 수도건설 담당)은 여전히 막강한 실세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장성택과 이제강의 상호 견제 구도를 즐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남 분야에선 김일성 주석의 외조카인 강관주 대외연락부장이 실세로 꼽힌다. 통일전선부 1부부장 재직 당시 김 위원장에게 외화자금과 물자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김일성종합대 동기인 강상춘 당 서기실장(비서실장)은 전 세계를 돌며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고가의 물품들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마카오에서 부동산 명의를 불법 전환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 실장이 사실상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를 관리해 온 장본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경제.행정관료에 힘 실리나=경제관료 출신의 박봉주 총리는 '실세 총리'로 꼽힌다. 2003년 김 위원장은 박 총리에게서 당과 권력기관이 국가경제를 침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내각에 권한을 줬으면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장성택의 측근인 신일남 부총리를 '내각을 무시했다'고 보고해 해임시킨 적이 있다.

강석주 외무성 1부상은 북.미 관계의 핵심 측근이다. 김 위원장은 핵 문제와 관련해 강 부상에게 직접 전화로 지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1년부터 김 위원장의 해외순방(총 6회) 시 다섯 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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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용수·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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