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워 그룹 대해부 <상> 권력 지도가 바뀌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본지 특별취재팀과 사회연결망 분석업체 ㈜사이람이 94년 김일성 주석 장의위원회 명단(273명)과 통일부.국가정보원의 북한 인물 정보(324명) 등을 입체 분석한 결과 북한의 파워 그룹 51명(김 위원장 포함)의 명단과 연결망 구조를 밝혀냈다. 선정 기준은 ▶현직 기관.직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횟수 ▶지난해 발표된 각종 행사의 주석단 서열 ▶전문가 평가를 각각 점수로 환산해 종합한 것이다.

그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필두로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병호 당 군수담당 비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영춘 총참모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94년 당시의 명단(51명)과 비교하면 김 위원장과 김영남만 10위권에 남아 있다.

<그래픽 참조>

권력 구도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김일성 시대에는 당 정치국.중앙위원회를 기반으로 내각.군.최고인민회의.외곽단체 등에 실세들이 골고루 배치됐다. 이들은 당으로부터 동심원 모양으로 흩어져 각 분야를 관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회(8명)를 최측근 인물들로 충원하고 '김정일=국방위원회=국가' 체제를 구축했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군 출신의 약진이 뚜렷했다. 김 위원장을 뺀 파워 그룹 50명의 현직.경력을 분석한 결과 군 현직 인물은 94년 5명에서 지난해 12명으로 급증했다.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차수)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횟수가 가장 많은 '대장(大將) 3인방(현철해.박재경.이명수)'이 포함됐다. 여기에다 국방위.당에서 군 관련 업무를 맡은 인사(전병호.황병서.이용철)와 군 출신(주상성 인민보안상, 장성우 당 민방위부장)까지 포함하면 17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김정일 정권을 총칼로 뒷받침하는 세력이다.

노동당 실세 27명(94년 25명) 중에선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 속의 당'인 조직지도부에선 장성택.이제강.이용철 제1부부장이 핵심이다. 김정일서기실(비서실)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강상춘.이명재도 포함됐다.

반면 행정.경제 분야의 관료들은 18명에서 6명으로 줄어들었다. 형식적으로는 98년 헌법 개정 이후 국가부주석(4명), 중앙인민위원회(총리실 격)가 폐지돼 모두 7명이 빠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경제 재건보다 체제 수호를 우선 목표로 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평소 "경제 사업에 말려들면 당 사업도 못하고 군대 사업도 할 수 없다"며 경제 분야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70년대 중반 '속도전'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하다 대서방 채무불이행 사태(76년) 등의 실패한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 최고인민회의 고위직에 자신과 가까운 원로 그룹(김영남.최태복.양형섭.최영림)을 배치해 예우하고 있다.


그래픽 크게보기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용수·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