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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정상회담 일정 왜 바꿨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자고가는 고르비/방일 아쉬움 한국서 푼다/“알찬회담 될 것”높아진 기대/노대통령은 공항 마중 안나가기로/소 방탄승용차·경호장비 앞서 도착
한소 정상회담을 맞는 제주도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3∼4시간만 체류하겠다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제주일정이 1박2일로 갑자기 늘어나며 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회담준비 관계자들은 바뀐 일정을 조정하느라 눈코뜰새가 없으며 우리측도 이에 맞춰 환영행사들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일정◁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당초 발표된 4시간 제주체류 계획을 바꿔 제주에서 1박2일의 체류를 하는 것으로 19일 오전 공식발표되자 회담준비차 제주에 머무르고 있는 정부관계자들을 비롯,우리측 보도진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일정변경에 따른 행사준비계획을 바꾸느라 분주한 모습.
정부관계자들은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1박2일로 체류기간을 늘린 것은 정상회담 교섭과정에서 줄곧 우리측이 요구해온 사항을 수용한 것이며 일본 방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는데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일본측 감정을 고려,19일 새벽 전격적으로 우리측에 통보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번 일본방문 기간중 당초 예상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특히 일본측의 협상태도가 만족치 못한데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한국체류 기간을 4시간에서 1박2일로 늘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관계자들은 『일본관계와 한국방문을 연계시켜 해석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하면서도 싫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19일 새벽 3시 우리측에 긴급히 알려왔으며 제주에 있는 한소 실무준비팀들은 이날 오전 제주신라에서 긴급회담을 열어 일정변경에 따른 대책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하룻밤을 머무르게 된 것은 17일 도착한 소련선발대 의전팀장인 파셰프 대통령 의전관과 이병기 대통령 의전수석의 막후 조정결과.
이날 마침 짙은 안개로 자동차 주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수석은 『날씨가 어떨지도 모르는데 한밤중에 왔다가 금방 떠나느니 하루 더 머무는게 어떻겠느냐』고 재고를 요청하자 파셰프도 『그렇잖아도 제주가 한국의 크림반도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는데 아쉽다』고 호응.
그러나 파셰프는 이날엔 확답하지 않았는데 그 직후 동경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종합보고를 통해 결심을 진언했다는 후문.
▷의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20일 한소 정상회담은 의외의 큰 수확이 기대된다.
소련측이 3차로 예정했던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5차로 연장하면서까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한국에서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겠다고 제의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제주회담에서는 주로 한반도의 냉전체제 종식에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은 이미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인식하에 「2개의 한국」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남북이 서로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총리회담 등 각급회담의 재개에 쉽게 합의할 것으로 보이며,남북문제의 자체해결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도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가입문제도 이미 소련은 우리의 「선가입」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했으므로 이번에 논의될 것은 소련의 명시적인 입장 표명.
북한의 핵보유는 한국의 핵개발과 미국의 핵배치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소련도 적극적.
▷준비◁
○…노­고르비 한소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소련측도 정상회담 준비와 막바지 점검작업에 분주한 모습.
지난 16일 소콜로프 주한소련대사가 회담준비차 제주에 도착한데 이어 17일에는 체르예셰프 소련 외무부의전장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가 도착,이틀에 걸쳐 경호·의전·통역관계 등 실무준비작업을 위해 우리측 실무준비팀과 밤늦게까지 협의하는 등 회담준비.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방한에 앞서 19일 오후 4시15분과 35분쯤 방탄승용차 질(Zil) 등 경호·경비 장비를 실은 일류신기 2대가 도착.
소련 경호팀은 「움직이는 크렘린궁」으로 불리는 질이 공수된 직후 공항에서 중문단지 호텔신라까지 이 승용차를 몰고 시범주행할 계획인데 이는 도로의 굴곡정도와 노면상태를 미리 파악,경호·경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소련측 선발대장 빅토르 바실리에비치 알레이니코프 장군은 소련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경호관련전문가.
▷보도◁
○…한소 정상회담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자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동경과 모스크바에서 39명의 소련 기자들이 18일 오후 도착한데 이어 서울 상주 외신기자 91명 등도 제주도에 도착,본격적인 취재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정상회담 취재에는 세계 4대 통신을 비롯,소련관영 타스와 노보스티통신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통신사들은 고르비 도착 하루전인 18일 오후부터 정상회담 관련기사를 제주발로 송고하고 있다.
한편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수행하며 한소 정상회담을 취재하는 소련측 공식수행기자단은 모두 5명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동경주재 소련특파원 10여명도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함께 일본으로부터 건너와 이번 정상회담을 취재할 계획.
▷공항영접◁
○…고르바초프 대통령 일행을 공항에서 영접하는 인사는 우리측에서 이상옥 외무·이연택 총무처장관과 공노명 주소대사·정해창 대통령비서실장·장선섭 외무부의전장·홍영기 제주지사 및 제주시장 등 7명과 소련측에서 소콜로프 주한소련대사 등 모두 8명으로 이중 이외무와 양국대사는 동부인할 예정.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장선섭 의전장와 소콜로프 대사가 기내로 올라가 영접을 하게되며 이상옥 외무장관 내외가 트랩밑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를 영접할 계획.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부인 라이사 여사는 이외무장관 내외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하게 되는데 이때 소련국가는 연주하지 않고 소련 전통민요가 연주된다.
국가원수가 의장대를 사열할 경우 양국 국가가 연주되고 예포가 발사되는 것이 통상적인 의전절차이기는 하나 이번의 경우 저녁시간에 시간도 촉박한데다 우리측 국가원수인 노대통령이 공항영접행사에 참석지 않은 약식 의장대 사열인 점을 감안,양국 국가대신 민요를 연주키로 결정했다는 후문.
□제주회담 특별취재반
▲정치부=김현일·김진국·문일현기자
▲사회부=신상범·김형환·이상일·정태수기자
▲외신부=김석환기자
▲사진부=최재영·김형수·조용철·주기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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