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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특별법이 필요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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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떤 전직 대통령 덕분에 지금은 정치적 언어가 되어 버렸지만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보통'은 보편타당성을 추구하고 상식과 합리성에 근거한다. 때때로 보통을 이기는 '특별함'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활과 규칙을 정하는 법률이 너무 자주 특별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많은 '특별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보통의 법률로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부도임대아파트특별법 같은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 새만금 같은 경우는 특별법이 절실한 경우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지만 새만금은 전북의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가사업이다. 새만금은 1989년 첫 삽을 뜰 때부터 지금까지 농지 조성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가진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착공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환황해시대라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 국가적 차원의 전략거점이 필요하고, 그런 맥락에서 새만금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1억2000만 평이라는 아무런 제약 없는 땅이 생겨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그러나 기존의 법률로는 이 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새만금특별법이 절실한 것이다. 다만 전북도가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국가사업이 국가사업다워야 하기 때문이고, 새만금이 전북의 발전전략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내놓는 '개발특별법'에는 문제가 있다. 각 지역의 발전을 위한 특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의 홍수는 자칫 무미건조하고 특색 없는 지역발전모델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2007년은 정치의 계절이다. 온갖 장밋빛 청사진이 우리를 현혹할 것이다. 거의 모든 지역이 자신들의 특별법을 정치와 연관시키려 할 것이다. 차라리 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한 모든 특례의 기준을 정한 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그에 바탕한 종합발전계획을 세워주는 것이 맞다.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은 '보통과 상식'의 정신을 찾아가는 게 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너무 특별했다. 모두가 특별해지기 위해 앞다퉈 달렸다. 그 특별함은 결국 수많은 특권을 낳았고, 결국은 부패로 이어졌다.

올해 대선은 벌써 특별함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더 선정적이고 강력한 이슈를 내놓는가가 초미의 관심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이라면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맛이 있어야 한다. 잘했건 못했건 참여정부가 내놓은 국가균형발전과 참여라는 화두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나는 이 의제들은 여전히 유효한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환황해시대와 같은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변화도 큰 정치인이라면 응당 고민해야 할 주제다. 특별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보통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좋은 정치는 거기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새해엔 꼭 황금돼지의 소원이 이뤄지시기를….

*본란은 16개 시.도의 60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