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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B1 복덩이' 스트레스 확 풀어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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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과 중국인은 돼지고기를 즐긴다. 우리 국민이 한 해 섭취하는 육류의 절반 이상이 돼지고기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33㎏가량인데 이 중 돼지고기가 18㎏(닭고기 8㎏, 쇠고기 7㎏)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유대교에선 금기 식품이다. 종교적인 배경에서다. 덥고 건조한 중동(이슬람) 지역에서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잘못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위생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고기 잘 먹는 법을 알아보자.

◆ 맛의 비결=흔히 돼지고기.쇠고기는 적색육, 닭고기는 백색육으로 통한다. 돼지고기는 적색 근육 비율이 쇠고기보다 낮다. 이것이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부드럽고(적색 근육의 비율이 높으면 질기다), 미국에서 돼지고기를 '다른 백색육(the other whit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돼지고기의 기막힌 맛은 풍부한 지방 덕분이다. 삼겹살(100g당 지방 함량 28.4g)이 등심(구운 것 100g당 지방 함량 8.8g)보다 입 안에서 더 살살 녹는 것은 이래서다. 반면 지방이 적게 든 등심.뒷다리살은 먹을 때 퍽퍽한 느낌을 준다. 전문가들은 식당에서 주문한 돼지갈비에서 부드러운 지방 맛이 돌지 않으면 뒷다리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 비타민 B1.단백질이 풍부=이 둘은 돼지고기의 대표 영양소다. 특히 비타민 B1의 함량은 쇠고기의 10배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당질) 대사를 돕고 피부 노화를 예방한다. 질병에 걸렸거나 수술 전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비타민 B1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게다가 쌀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도 풍부하다. 그래서 회복기의 환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돼지고기가 추천된다.

돼지고기의 아킬레스건근은 지방.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것. 그러나 전체 지방에서 포화 지방(혈관 건강에 유해)이 차지하는 비율이 60%가량으로 쇠고기(75%)보다는 낮다.

◆ 섭취시 주의할 점=우리 국민의 삼겹살 사랑이 지나친 것이 문제다.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의 약 25%가 삼겹살이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가운데 지방 함량이 가장 높은 부위에 속하므로 과다 섭취는 곤란하다. 비만과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삼겹살보다 지방 함량이 낮은 등심.안심을 즐기고, 굽기보다 삶아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강조한다. 단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주민이다. 이들은 본토 사람보다 훨씬 많은, 하루 95g의 돼지고기를 섭취한다. 그러나 주로 등심을 푹 삶아서 지방을 빼고 먹는다. 이 덕분인지 오키나와 주민의 뇌졸중 사망률은 일본에서 가장 낮다.

75도 이상의 온도로 충분히 열을 가해 조리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가열 조리해야 포도상구균 등 식중독균과 선모충.유구조충 등 기생충을 죽일 수 있다. 돼지고기를 먹은 뒤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가열 조리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나친 가열로 고기를 태우는 것은 금물이다. 150도 이상의 온도로 조리하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등 돌연변이 유발 물질이 생길 수 있다.

◆ 돼지고기와 찰떡 궁합인 식품=표고버섯.새우젓.콩비지.메밀 등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표고버섯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돼지고기에 든 콜레스테롤이 몸안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새우젓을 곁들이면 고기 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된다. 새우젓에 단백분해효소.지방분해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다. 콩비지에 든 레시틴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혈관을 유연하게 한다. 메밀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비타민 P)이 풍부하다.

◆ 도움말 주신 분: 경상대 동물자원과학부 주선태 교수, 미트 비즈니스 컨설팅 센터 이위형 소장, 오산대 호텔조리계열 배영희 교수,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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