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개발 한국선공 부를 수도/핵전문가 레너드 스펙터씨 미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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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의 대한 방위공약 무력화/일 군비증강 자극… 아시아 불안요인
【워싱턴=연합】 북한의 핵무기 개발 우려와 관련한 이종구 국방장관의 강경한 발언이 물의를 빚은 가운데 한국정부의 해명과 관계없이 일부 국제적인 핵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국정부의 「선제행동」을 야기하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핵문제 전문가인 레너드 스펙터는 최근 발간된 관계 전문지 『무기 통제의 오늘』 3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문턱에 들어섬으로써 한국정부는 선제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면전의 위험성을 크게 증대시킬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카네기재단 연구원인 스펙터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밖에도 한국정부가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필적하는 핵능력개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일본으로 하여금 자체안보문제를 재점검,아시아전체에 불안을 야기할 군사력 증강을 자극하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그는 해결책으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협정서명을 수락하고 플루토늄추출 공장건설작업을 중단한다면 미국은 한국정부와 협의,핵우산을 제공하지만 실제로 핵배치는 하지않는 일본식 핵무기정책이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북한:다음 차례의 핵악몽」이라는 스펙터와 동료 연구원 재클린 스미스의 기고문 일부다.
▷북한 핵개발의 영향◁
북한이 핵무기를 처음으로 배치할 수 있을때까지는 몇년이 더 걸리겠지만 그 결과는 쉽게 상상이 된다.
핵무기를 손에 넣으면 김일성은 더 공격적인 경향을 띠게 될 것이고 북한의 주도하에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그의 위협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 핵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동북아의 안보상황을 근본적으로 변경시키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미국이 핵보장을 통해 한국에 제공하는 안보이익을 무력화시키고 미군을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에 대한 자신감을 감소시킬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이 상응하는 핵능력을 개발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야기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 문턱에 다가감으로써 한국은 선제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전면전의 위험성을 크게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촉진할 수도 있고 이는 아시아 전체에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동기◁
북한의 핵개발은 대남 군사적 압력을 통해 통일을 추구한다는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김일성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핵군사력을 무력화 시킬 수 있고 그럼으로써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으로 어떤 분쟁이 일어날 경우 승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서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할때 지금까지 북한이 누리고 있는 상당한 군사력의 우위가 잠식될 것이라는 김일성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 김일성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소련과 중국의 안보원조에 의지하는 정도를 줄여 통일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보다 자유스런 입장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교착상태의 타개◁
소련과 중국의 외교적 압력과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 약속이나 일본의 경제지원 등이 북한으로 하여금 영변에 있는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고 그곳에서 진행중인 플루토늄 분리공장 건설을 중단시킬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전망은 밝지 않다.
만약 북한이 핵사찰을 수락하고 플루토늄공장 공사를 중단하면 미국이 한국정부와 협의해 현재 일본에 대해 사용하고 있는 핵정책을 한국에 대해 채택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걸프전에서와 같이 미국이 재래식 군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능력도 서울에 안보확신을 안겨줄 것이다. 이와 같은 재래식 군의 효과적 사용능력에 바탕한 미국의 입장변화는 미국의 정책과 일치하는 비핵지대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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