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은 대통령 하사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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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앙일보 4월13일자(일부지방 14일자 3면)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와 김복동·금진호·박철언씨 등 일가 친척 내외가 모여 집안 이야기를 한 대목이 소개됐다.
그중「네가 떠오르는 태양이면 나는 지는 해냐, 우리 집안에서 대통령은 나 하나로 족하다. YS도 한번하고, DJ도 한번 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내 소신이다」라고 한 대통령의 말은 한번 곰씹어 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민자당내의 태양 론이니 태자 론은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말들이다. 제1공화국에서 제6공화국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느 때든 제2인자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결국 그들 중 한사람도 대권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이 대목에 대한 대통령의 말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대목이 있다.「YS도 한번하고, DJ도 한번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부분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이는 특정인에게 한번씩 대통령직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혜 적 안목에서 나온 말로 대권을 하사품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권은 하사품이 아니다. 대권은 절대로 하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민자당내에도 차기 정권을 맡을 대권주자는 현직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는 형식보다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경 선에 의해 국민적 지지를 받은 사람으로 결정하는 것이, 민주화시대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정당이 취할 올바른 길이다.
우리의 현대정 치사에 있어서 특정인이 지명해 준 사람이 대권주자가 되거나 대권을 가진 사람은 딱 한번 있었다. 바로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의 노태우 후보였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대권주자 결정은 권위주의 시대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한 정당의 대권 주자는 소속당의 당원에게 맡겨야 하고, 한 나라의 대권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만일 이에 역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다. 송우<서울 성동구 구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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