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70여만명 파업/미불임금 지급·증세철회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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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오그라드 UPI=연합】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공화국 국영 금속·섬유·신발산업 노동자 70여만명은 16일 미불임금 지급 및 증세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유고슬라비아 사상 최대규모의 조직적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화국 대통령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다수 노동자들에게 체불상태에 있는 임금을 지급하고 지난해 12월28일자로 발효된 재산 및 소득세증액조치를 보류해줄 것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파업위원회측은 성명에서 세르비아공화국 정부에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요구했으며 세르비아공화국 정부는 드라구틴 젤레노비치 총리주재로 긴급 각의를 소집했다.
◎경제난속 공화국간 대립/연방분열 일보직전 상태(해설)
16일 시작된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공화국의 노동자 파업은 민족분규,분리독립을 둘러싼 공화국간 대립,경제난 등으로 이미 분열위기에 처해 있는 유고연방의 장래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유고경제는 80년대 들어 소위 노동자 자주관리제도가 그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면서 계속 침체에 빠졌다.
85년이후 정치·경제위기로 국민생활수준은 크게 저하됐으며,특히 최근들어 시장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국민들은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89년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유고정부는 통화증발로 대처,무려 2천6백65%의 인플레를 기록한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89년말 연방총리로 취임한 안테 마르코비치는 지난해 1월부터 극도의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시장경제요소를 과감히 도입,적자기업에 대한 정부보조를 크게 삭감함으로써 재정적자를 줄이고 인플레를 두자리수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규모 기업도산이 발생,실업자가 양산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지난해 1∼5월에만 5백23개 기업이 도산,3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현재 유고는 7천여기업(고용인구 2백50여만명)이 사실상 파산상태이며 전체노동력의 13%인 1백30여만명이 실업인 상태다.
유고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리·독립을 둘러싼 각 공화국간 대립으로 연방내 분업체계가 완전 붕괴된 것이다. 현재 각 공화국은 정치독립에 앞서 경제독립을 선언하고 독자화폐 발행과 함께 공화국간 물품거래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는 등 사실상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비치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통화증발 절대불가,시장경제정책 고수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상황은 전혀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개 공화국 최고지도자들이 모이는 공화국 지도자회의는 지난달 개시이래 분리·독립문제를 각 공화국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세차례 회의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형편이다.
특히 유고슬라비아 최대 공화국이며 연방유지에 강경입장인 세르비아는 지난달 대규모 반정부 시위이래 야당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터에 이번 70여만명의 노동자 파업은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이 이끄는 현 세르비아 지도체제를 크게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위치한 다민족국가 유고슬라비아는 지금 마치 도산직전의 기업처럼 보인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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