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불인정 장기이식 어려움 많다|주요 장기별 이식수술 수준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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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된 장기이식 수술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강치가 마련되지 않아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비해서는 실적이 미흡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장의 경우 2개중 하나만 정상이어도 생활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증, 혹은 암거래의 형태로 이식수술이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인체에 하나뿐인 간·심장 등의·이식은 뇌사를 인정치 않는 현행법·때문에 수술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의학기술과 새로운 약제의 출현은 꺼져 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장기 이식임을 증명하고 있다. 주요 장기별로 현재까지 진척된 이식수술 수준과 그 문제 등을 알아본다.
◇신장=신부전증 환자들이『하루를 살다 죽더라도 이식을 한번 받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만큼 수술이 성공할 경우 환자들은 고통을 벗어나 새 삶을 누릴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수한 면역 억제제의 개발로 이식수술후 환자의 5년 생존율이 90%를 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식수술 분야의 가장 큰 난제인 이식 후 거부 반응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이는 현재의 면역 억제제가 갖는 불 완전성 때문이다. 즉 타인으로부터 이식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줄이려다 보니 몸 전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약화되는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들 이식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기에만 걸려도 폐렴 등으로 발전, 사망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신장기증과 이식을 공식적으로 중개할 수 있는 신장 센터와 같은 기구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의 부작용은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즉 암거래 등을 통해 신장을 이식할 경우 중개인들이 1∼3명의 신장제공자를 모집해 오기 때문에 신부전증환자의 입장에서는 거부반응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좁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의대 김상준 교수(일반외과)는『국내의 이같은 실정 때문에 혈연관계가 없는 타인간의 신장 수술을 꺼리는 법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순수 기증이건, 암거래이건 간에 신장 제공자가 젊을 경우 이식수술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의대 박한철 교수(내과)는『교통사고, 기타 외상 등으로 신장의 한쪽만이 손상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젊은 사람의 경우 앞으로 살날이 많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신부전증 환자로서는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복막 투석 혹은 혈액투석 등을 통해 좀더 버티다가 적합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간=지난 88년 서울대의대 김수태 교수(일반의과)팀이 국내 최초로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간이식의 경우 뇌사상태가 인정되지 않아 김 교수 팀의 이식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간이식이 활성화된다면 간 경변, 전이되지 않은 간암 등 상당수의 각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2천5백 건 이상의 간이식 수술이 시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심장=심장의 일부, 즉 판막이나 폐동맥 같은 부분이식이 아닌 심장 전체이식 수술은 국내에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인공심장 등을 이용, 송아지 등에게 이식한 결과, 비록 환자는 결국 사망했으나 많은 가능성을 보였다.
◇기타=췌장·안구·골수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췌장이식은 당뇨병 등의 치료에, 골수 이식은 백혈병 등의 치료에 획기적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구는 심장사 이후에도 이식이 가능해 현재 국내 병원에도 안구은행 등이 설치돼 있어 많은 기증자들이 헌 안하고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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