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석양에 와 야간회담/한 소 정상회담 준비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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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AL기」 외무회담서 거론/의제 완전합의… 2차단독 대좌 길어질듯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내한을 3일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인 회담준비에 들어가 회담장준비·경호·의전행사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다.
공노명 주소대사의 귀국으로 소련측의 계획일정을 대체로 보고받은 청와대와 외무부는 이를 토대로 제주 정상회담의 의제등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소련측이 공동회견에 응하고 KAL기 문제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처해올 것으로 보여 회담성과에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소 양측은 17일 오전 소련 선발대가 제주현지에 도착하는대로 세부일정을 최종 확정지을 계획.
선발대는 특별기편으로 도착,의전·경호문제외에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주로 검토하게 되는데 의제부문은 양측간에 대체적인 합의가 끝난 상태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몰이 임박한 제주도착에 따라 결정이 지연돼온 회담장소문제도 선발대의 확인을 거쳐 이날중 결정하는데 우리측의 확고한 의사에 따라 호텔신라로 낙찰할 듯.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공항도착 후 10여분간의 영접행사 후 즉시 35분 정도가 소요되는 중문단지내 호텔신라로 이동하게 되며 이동은 특별기로 공수해온 7t무게의 중장갑 전용차 「질」로 하게 된다.
이때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동행,회담장소로 이동하는 인원은 공식수행원 12명을 포함해 경호·의전관계자 및 통신운용담당자 등 60여명으로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4∼5대의 특별기로 제주까지 수행해온 소련 관계자들은 제주시에서 대기할 예정.
공식일정을 마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같은 방식으로 제주공항에 돌아와 이한하게 되는데 환송행사도 10분 정도 소요된다.
다만 이한시간은 양국 정상간의 만찬후 환담시간 여하에 따라 늦어질 수 있는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정을 「무시」하는 특성에 따라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한시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당초의 4시간 여정을 30여분 이상 넘지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이미 협의가 끝났는데 작년의 두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상당한 이해와 신뢰관계가 형성돼 큰 문제가 없었다는 후문.
우리 관계자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급작스런 방한결정과 통보로 의전이나 경호등 형식적인 면이 오히려 힘겨운 것이었다면서 의제에 대해서는 교감이 이뤄져 애로사항은 별로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우리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KAL기 격추문제를 여하히 짚고 넘어가느냐가 부담스러웠는데 이는 외무장관회담에서 집중 거론하는 방식으로 해소했다는 것. 이는 정상회담에서 KAL기 문제나 6·25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이 거북하기 때문이라는 해석.
또 소련측이 특히 관심을 갖는 경제협력문제는 경제장관회담에서 논의키로 하고 정상회담에서는 우리의 UN가입문제 북하의 핵안전협정 가입문제 등을 비롯한 굵직한 문제들이 거론되도록 조정했다는 얘기다.
정부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발표될 회담결과로는 큰 것이 없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나 내면적으로는 알맹이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면서 소련으로서는 대 북한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당연하다고 부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도착시간을 19일 오후 7시 전후로 발표한 바 있는 우리정부는 그러나 가급적 도착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마지막 외교노력을 시도.
어둠이 깔린 뒤 도착하는 것도 모양새가 안좋을 뿐더러 가급적 우리의 모습을 「자랑」한다는 생각도 있는데 최종순간에 30분 정도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상회담이 계획보다 길어질 여지가 있어 전체 방한시간이 당초의 4시간여 보다 1시간 가까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태.<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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