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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병력 난민구호 투입/쿠르드족 지원작전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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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시,구호작전 약속… “내전엔 개입안해”
【앙카라·카이로·다마스쿠스·테헤란 외신종합=연합】 미·영·불 3국의 항공기들이 13일 터키와 이란접경지대에 피신하고 있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난민들에 대한 구호품 공급작전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초의 미군병력이 구호작전지원을 위해 이라크­터키접경지역에 투입됐다.
한편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이날 이라크북부지역의 쿠르드족 난민에 대한 대규모 구호작전을 약속하면서 미군은 결코 이라크 내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터키 연합군이 합동 구호활동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인시를리크 공군기지의 한 대변인은 이날 16대의 대형 수송용 헬리콥터에 분승한 미군이 산간 오지에 피신한 난민들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도착했다고 밝히고 약 10만명의 난민들이 몰려있는 터키 서부의 이라크 접경 이시크베렌 난민촌에도 미군부대가 파견돼 난민들에게 대피소 설치와 응급처치법등을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14일 쿠르드반군에 대한 제한적 사면조치를 재강조하면서 쿠르드족들에게 과거를 잊고 역사의 새장을 열자고 호소했다.
후세인대통령은 정부군이 최근 탈환한 쿠르드반군의 거점도시 이르빌을 방문,『이미 일어난 일은 과거지사』라고 말하고 『이제 우리 새로운 장을 개척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이라크는 이달초 살인·강간범과 첩자등을 제외한 귀환 쿠르드인들에 대한 제한적 사면조치를 발표했었다.
후세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이라크 북부에서 정부군과 반군간의 전투가 진행되고 있고 남부에서는 미군철수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쿠르드인과 시아파 반정부 세력등의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리아의 쿠르드 민주당(KDP)과 쿠르디스탄 애국연맹(PUK)대변인들은 13일 정부군이 반군장악지역과 난민들에 대해 탱크·대포 등을 동원,연 3일째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고,그러나 『우리의 전사들이 북부 하나킨시 일대에서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마스쿠스의 이라크 시아파 반정부 소식통들은 14일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이 남부에서 미군의 철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매일 2백명의 어린이들이 죽어간다
○…인근 이란으로 탈출하고 있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난민들이 심한 탈수증,가슴앓이,설사,장티푸스,네이팜탄으로 인한 화상등의 각종 질병과 혹한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이란 의사들이 14일 전했다.
이 의사들은 특히 매일 약 2백명의 어린이들이 이같은 질병과 배고픔 및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어가고 있으며 수십명의 성인들도 진눈깨비와 눈으로 뒤덮인 험준한 피난길에 쓰러져 숨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경마을 사르다슈트의 한 병원장은 『내 생애에 이처럼 참혹한 장면을 본적이 없다』면서 병상이 50개에 불과하고 의약품과 시설이 태부족이어서 적절한 치료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공군 수송기 3대가 14일 터키 산악지대에 있는 쿠르드 난민촌에 구호품들을 공수했으나 이 구호품들이 지뢰밭에 떨어지는 바람에 난민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난민들이 밝혔다.
한 난민은 『어제도 미군수송기들이 투하한 구호품을 주우러가던 2명의 난민이 지뢰폭발로 사망했다』고 말하고 일부 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뢰밭에 뛰어들어 구호품을 챙키고 있으나 대다수 난민들은 미군의 무성의를 탓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거의 모든 TV와 신문들이 쿠르드 난민들의 참혹한 상황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미국인들은 난민구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구호관리들이 14일 밝혔다.
한 관리는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한 구호단체가 지난 10일 쿠르드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한 이래 지금까지 접수된 구호금은 총 7천달러에 불과,당초 이 단체가 설정한 목표액 35만달러에 크게 못미치는등 모금 실적이 매우 부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몰려있는 쿠르드 난민들이 서방국들의 구호 지원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평원지대로 이동시키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구호관리들은 고산지대의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인들이 추위와 각종 질병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어린이·노약자들의 사망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터키정부가 이같은 이동을 조만간 허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지도부는 13일 유엔이 이라크 정부와 협력,이라크 난민 수십만명의 귀환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테헤란 라디오방송이 보도했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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