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나는 체급경기 체중 감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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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체급 경기의 선수들에게 계체량 시간은 마치 염라대왕 앞에 나서는 순간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의 고통의 순간이다.
단 몇g을 초과해도 자격이 상실되고 마는 체중제한 때문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입술이 타 들어가는 곤욕을 감내 해 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량(감량)의 고통을 흔히들 산고에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각 종목 선수들이 함께 기숙하는 태릉선수촌에서는 마음껏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선수들과 식사시간을 다르게 배정, 간단한 유동식만으로 배고픔을 달랠 정도로 해 체급종목선수들끼리 동병상련하게 한다.
체급 선수들의 체중이란 평상시 몸무게에서 6∼8kg정도를 뺀 것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따라서 체급간의 차이가 4∼6kg임을 감안하면 체급을 올릴 경우 10∼15kg 무거운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불리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복싱·레슬링·유도 등 투기종목 선수들은 대체로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돌입하면 하루 5∼6시간의 훈련으로 2∼3씨의 몸무게를 줄인다.
이들 전문 선수들에게 통용되는 감량공식이 있다.
체온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속칭 땀복(윈드 브레이커)을 입고「달리기 30분이 곧 1kg감량」이다.
동시에 사우나 도크에 들어앉아 30∼40분을 버텨도 1kg정도가 빠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달리기로 1차 감량한 후 다시 도크를 이용, 체중을 더 줄이는 방식을 쓴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세계 제패라는 신기원을 이룩한 레슬링의 장창선(협회 전무)씨는『66년 세계 선수권 우승 당시 리그전을 마치고 미국·일본 선수와 4승1패로 동률이 될 것을 예상, 체중으로 순위를 결정할 것에 대비해 체중감량을 위해 사우나탕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어 벽을 두드리고 굵어 대며 아우성치자 임원들이 잠깐 꺼내 줬다가 다시 떼밀어 넣었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체중감량은 끔찍하다고 말한다.
갈증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경우 얇게 썬 레몬 조각이나 물을 적신 거즈 조각을 입술 위에 얹어 놓기만 해도 50∼1백g이 늘어난다.
그런가 하면 음료수 1컵(사이다1병 2백40cc)을 마셔도 5분 정도만 지나면 체증은 5백g정도가 불어난다고 한다.
한끼 식사는 그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식후 1시간후면 2kg 정도가 무거워진다.
따라서 체급 경기에서의 금메달은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장에서의 승리 이전에 체중과의 싸움에서의 승리가 우 선이라는 얘기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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