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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병 때 부자와 빈자 갈린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옛말에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운 좋은 사람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돈을 모으는 데는 누가 제일 유리할까? 아마도 '빠를수록 좋다'가 아닐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빠른 시기는 바로 입사 직후부터 돈을 모으는 것이다. 자칫 입사 직후 취직했다는 흥분에 흥청망청 계획 없이 살다 보면 나쁜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첫발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입사원들은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신입사원 돈 모으기의 'A TO Z'를 심층 분석했다.

카드명세서와 텅 빈 지갑. 넥타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렵다는 취업난을 뚫고 지난해 5월 증권사에 합격한 조승민(27.남)씨 입에서는 이제 한숨도 안 나온다. 이번 달만 몇 번째 술자리인지 모르겠다.

"입사하고 첫달 월급은 며칠 만에 사라졌어요. 특별히 저축을 하거나 물건을 산 것도 아닙니다. 아직 학생인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제가 계산을 하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가계부도 써봤지만 목돈 관리가 쉽지 않더군요."

조씨는 입사 후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입과 지출이 비슷한 숫자를 그린다. 결혼도 해야 하고, 내집 마련도 좋지만 아직은 자기계발과 친목 도모에 돈을 더 쓰고 싶은 평범한 20대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백정선 TNV 컨설팅 대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들은 성취감에 도취해 첫 월급을 생각 없이 흥청망청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착실하게 저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지금 당장은 차이가 없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엄청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취업하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첫 월급을 아낌없이 써 버리는 보상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기업에 5년 전 입사한 뒤 꼬박꼬박 월급을 모은 박모(32.남) 대리는 벌써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 청약저축도 부지런히 들어 여기저기 돈 될만한 아파트 청약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입사 직후 실수령액 150만원 남짓한 월급 중 10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정기예금과 청약저축에 공들인 덕택이다. 주변 동료나 친구들로부터 '짠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매달 불어나는 통장 잔고를 보며 견뎠다.

반면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 인심 좋기로 소문난 최 대리(33.남)는 전셋집은커녕 마이너스 통장만 몇 개인지 모른다. 게다가 인심 쓰느라 사용한 카드대금 청구서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진다. 매달 카드 값과 마이너스 통장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겁다. 그렇다고 갑자기 씀씀이를 줄여 인색해지면 자칫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부담스럽다. 이래 저래 직장생활 초반부터 삐걱대는 셈이다. 문제는 '플러스 가계부'로 출발한 박 대리와 '마이너스 가계부'로 출발한 최 대리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려한 노후 위한 '기초공사'

기업마다 신입사원 공채가 끝나고 많은 사회 초년생이 첫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첫 출발에 앞서 자신들의 가계부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는 초년생들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30:30:30의 시대'라는 말이 있다. 처음 30년간은 부모의 도움으로, 다음 30년간은 스스로 돈을 벌어서, 마지막 30년은 은퇴 후 소득없이 살아가는 기간을 뜻한다.

마지막 세 번째 30년 삶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자산 운용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만 신입사원 대부분은 재테크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급여통장의 잔액을 보며 '다음달부터는 저축을 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실행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각 금융기관들이 신입사원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재테크 교육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신입사원 부자 꿈꾸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주거래를 맺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차원의 재테크 교육이다. 선진국처럼 고령화 시대로 가지만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재테크가 젊을 때부터 필요하다는 것에서 착안됐다.

기업체 및 임직원 간 유대 관계가 강화되면 자연스레 은행의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깔려 있다. 1월부터 쏟아지는 기업체 연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자사의 상품 홍보보다는 기본적으로 재테크를 위해 알아야 할 상식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 이전까지 개별적으로 PB들이 기업체나 은퇴자, 주부를 대상으로 재테크 강좌를 하는 일은 빈번했지만 각 영업점이라든가 기업 전문 인력을 동원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은 처음이다.

재테크 마케팅 붐도 일어

개별 기업이 별도로 신입사원 재테크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새로 뽑은 공채 3기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연수를 할 때 재테크 교육을 했다. 이전에는 금융회사의 특성상 자사의 상품 교육을 진행했지만 이번처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재테크 교육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단순히 돈을 굴리는 것 이상의 전체적인 라이프 플랜과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공해 자기 관리 방법을 깨우쳐 주는 데 의미가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라는 특성상 자금 운용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연수를 받았던 신정수(27.남)씨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재테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이번 연수를 통해 많이 배웠기 때문에 첫 월급을 받아 포트폴리오 작성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개별적으로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 신입사원 재테크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토론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초년병이라는 동질감과 정보에 목말라 있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서로 자신의 재테크 노하우를 교환하기도 하고 가끔은 전문가와의 개인적인 상담내용을 올려놓기도 한다.

대부분 신입사원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입사원 재테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졌다는 것만 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차별화된다.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는 책이 경제.경영부문에서 수주째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신입사원들이 점점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투자증권 인력개발팀 신경애 차장은 "신입사원이 재테크 전략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굴리는 것 이상의 의미"라며 "첫 출발부터 라이프 플랜을 세워 꼼꼼히 따져야만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입사원 돈 모으기

①부자는 초년병 때 만들어진다

②'올인'보다 '푼돈 모아 태산'

③7년 만에 내집 마련 하려면…

④저금리 시대엔 펀드가 '왕'이다

⑤보험은 인생의 리스크 줄인다

⑥10년 후 어떻게 달라지나

석남식·최은경 기자 [st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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