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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빛 미소, 꼭 보여 드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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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7년의 새로운 해가 솟았다. 지난해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크게 떠오른 태양은 수영의 '국민 남동생' 박태환(18.경기고)과 피겨 스케이팅의 '국민 여동생' 김연아(17.군포 수리고)다. 이들 10대 스타들은 황무지에서 피어난 장미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언론 매체를 통해서만 서로 경기 모습을 봤을 뿐, 실제로 만날 기회는 없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6일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두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한 살 많은 박태환이 덩치만큼이나 듬직한 오빠 같았다면 김연아는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배어나오는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였다.

인터넷에서는 '둘이 사귀는 게 어떠냐'는 말도 나돈다. 이 말을 그대로 전했더니 박태환은 듣자마자 "연아가 아까워서 안 되죠"라며 펄쩍 뛰었다. 김연아는 고개를 돌린 채 수줍게 한참을 웃기만 했다.

김정길 회장,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함께 2007년을 맞는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회= 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세계 정상에 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가 나온 게 놀라울 뿐이다. 기특한 건 두 사람 모두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기보다 그 종목이 좋아 뛰어들었다가 세계적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김정길=나 역시 겨울올림픽을 현장에서 보면서 '우리나라는 피겨 선수를 키우기가 이토록 어려운가'하고 좌절한 기억이 있다. 두 사람은 좋아서 운동을 시작했다가 소질이 보였고, 세계 혹은 아시아 정상에까지 섰다. 우리는 그동안 엘리트 위주로 선수를 육성했다. 스포츠 저변이 넓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한 자녀만 키우다 보니 힘든 운동을 안 시키려고 한다. 학교 체육, 생활 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학교 체육은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우수한 선수가 나와도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사회=박태환이 대답해 달라. 실제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예전과 같은 엘리트 선수 육성이 편한가, 아니면 생활 체육으로 저변을 넓히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박태환=(한참 수줍게 웃다가)태릉선수촌에서 3년 동안 단체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게 더 잘 맞았다. 물론 트레이너와 개인 훈련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선수도 있다. 나는 단체 생활이 더 좋았다.

▶사회=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박태환과 보조를 맞춰 경쟁할 선수가 없지 않은가.

▶박태환=지금 연아도 비슷하겠지만 최근에 기록이 부쩍 좋아지면서 경쟁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호주나 미국 쪽에 가면 뛰어난 장거리 선수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 훈련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사회=연아에게 묻겠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외국 선수들은 스태프가 얼마나 따라다니나. 우리는 어머니와 물리치료사 정도만 동행한다던데.

▶김연아=일본 선수의 경우 여러 사람이 따라다닌다.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도 있고, 언론 관계자도 많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지나다니는 사람은 다 일본인이다. 여기가 일본인지 다른 나라인지 모를 정도다.

▶사회=피겨 스케이팅은 연기와 관련해 발레 등 무용 전문가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던데. 그런 부분에 대해 전문적 지도를 받을 필요성을 느끼나.

▶김연아=우리는 선수도 별로 없지만 코치도 거의 없다. 외국은 안무 코치가 따로 있고 점프.스핀 등 세세한 부분마다 전문 코치가 따로 있다. 그런데 우리는 코치 한 명이 모든 걸 다 하니까 어렵다. 보통 여름에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한국에서는 못하는 부분을 많이 하고 온다.

▶사회=세부 전담 코치를 둘 계획은 없나.

▶김연아=우리나라에는 그런 코치가 아예 없다. 외국에는 있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이름 있는 외국인 코치를 시즌 중에 모셔오려면 엄청나게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이 정도는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구체적 목표가 있나.

▶김연아=2010 겨울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때 다칠지,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미리 계산해서 먼 목표를 잡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

▶박태환=2008 베이징 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연아 말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와 프레올림픽도 얼마 남지 않았다. 수영은 기록 종목이라서 좋은 기록이 나와도 유지하는 게 힘들다. 세계선수권 등 큰 대회를 치르면서 관리를 잘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이에리사 촌장은 탁구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탁구는 단체 종목이고, 박태환과 김연아는 개인 종목이다. 단체와 개인 종목을 아울러 선수들이 태릉 선수촌에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경기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겠나.

▶이에리사=박태환과 김연아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지도자의 지도력과 선수 본인들의 수고가 어우러져 이룬 일이다.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들을 위해 뭐가 더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다. 본인들이 잘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켜보고,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사회=박태훈 일간스포츠 스포츠 에디터
정리=이은경 일간스포츠 기자

바로잡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7.군포 수리고) 선수가 한복을 입고 큰절을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진에는 김연아 선수의 왼손이 오른손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법상 옳지 않은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한국문화예절원은 "두 손을 모을 때 여자는 오른손,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상을 당했을 때는 그 반대가 된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즉 새해 인사이므로 김연아 선수의 오른손이 왼손 위로 올라가야 맞습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절을 할 때는 두 손을 곱게 앞으로 모아야 합니다. 남자의 경우 큰절을 할 때는 모은 두 손(왼손이 위)을 이마까지 올린 다음 내려야 하고, 평절을 할 때는 두 손을 모은 상태에서 그대로 내려야 합니다. 여자의 경우, 큰절을 할 때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모은 두 손(오른손이 위)을 이마까지 올린 다음 내려야 하고, 평절을 할 경우에는 모은 두 손을 풀어 무릎 양쪽 옆으로 내리면서 절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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