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제3 후보는 … 정운찬 전 총장 옹립론 거세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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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구상은 어떤 걸까.

노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이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다. 대선에 미칠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에서 "일반 국민이 시장과 정치를 지배하는 소비자 주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언제든지 일반 국민에게 호소하는 '직접 정치'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타고난 승부사'라고 한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구상에서 빠질 수 없는 건 '흥행 드라마'와 '막판 역전극'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2002년 대선에서 국민 경선제, 후보 단일화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2007년 '노무현 대선 드라마'에선 '경상도 후보론'이 관심거리다. 노 대통령이 경상도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의 지역적 근거인 영남을 공략한 뒤 호남과의 연대, 충청 민심의 탈환을 통해 대역전극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경상도 출신인 김혁규 의원, 이수성 전 총리의 이름이 범여권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유시민 복지부 장관 카드도 없어지지 않았다.

경상도 후보가 출현하는 시기는 최대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혼탁한 상황으로 봐서 후보 탄생은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씨를 가까운 장래에 뒤집을 후보를 내기가 아주 힘들다. 지난 대선 때처럼 선거 날을 한 달쯤 앞두고 막판 대연합 같은 흥행을 노릴 수 있다.

◆ 여권의 다크호스는=노 대통령의 구상과 관계없이 여권 내에서는 다양한 인사들이 내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또 도전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재경 공주 향우회에서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도 출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 전 총장이 지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충청권을 잡으면 호남표와 결합해 한나라당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권에선 '호남-충청 결합 구도'를 필승 카드로 여긴다. 1997년 DJ(김대중)는 충청권의 JP(김종필)와의 DJP 공조 덕에 승리했고, 2002년엔 충청도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래서 충청도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정운찬 카드가 파괴력이 있다는 것이다.

'제3후보' 중에는 정 전 총장 외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내심 기회를 엿보는 인사들도 많다. '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인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꾸준히 뛰고 있고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총리도 '숨은 카드'로 분류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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