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골분교서 “생고생”/불법유학 중고생들 돈만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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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학연수에 엄청난 수업료/과정마쳐도 졸업장은 없어/한 학교 45명중 한국인만 40명도
【뉴욕지사=특별취재반】 해외유학 자격이 없는 한국 중·고교생들의 관광비자를 이용한 불법유학이 급증하자 미국의 재정이 어려운 한 벽지 고등학교에서는 이들로부터 엄청난 수업료를 받으며 분교까지 설치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서울시경에 적발된 영화배우 최유리씨가 낀 불법유학 알선사건과 관련,구속된 이화텍사스주립 유학원장 김선태씨(40)가 알선한 미국 코네티컷 소재 사우스켄트고교의 경우 한국 학생들이 몰려들자 이들을 특별수용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앰배서더분교를 설치,총원 45명의 학생중 40명을 한국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이 분교는 단순히 어학연수만을 시키면서도 수업료·숙식비 등으로 연간 2만달러(한화 1천4백50만원)를 받아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유명 사립대의 학기당 어학연수비 3천달러에 비해서도 2배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
뉴욕시립대의 어학연수비는 학기당 8백∼1천5백달러며 90년도 미국 사립대의 수업료 및 기숙사비 총액은 연평균 1만4천달러로 되어 있다.
이들 분교생들은 어학연수과정을 모두 마친다 해도 정규고교 졸업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다만 어학연수 결과에 따라 사우스켄트고교나 다른 고교에 편입이 가능한 정도다.
분교를 설치한 사우스켄트 고교는 전체학생이 1백50명인 초미니학교로 여기에도 14명의 한국 불법유학생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뉴욕시에서 1백40㎞,보스턴시에서 4백여㎞ 떨어져 있어 학교에서 공항까지 스쿨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학생중 임모양(17)은 지난해 6월 유학알선업체인 이화텍사스에 1만달러를 내고 이곳에 왔으며 입학때 3개월간의 학비·숙식비 명목으로 7천5백달러(5백50여만원)를 냈다고 말하고 『외국에 고립된채 외국인 브로커들이 감시까지 해 고통스럽다』고 울먹였다.
이화텍사스는 이 학교 외에도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60여명씩 단체유학생을 모집,뉴욕부근 머시대학,클락스타운 고교에 입학시켰으며 미국인 브로커와 연락하며 2개월마다 한국 학생을 단체로 모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앰배서더 분교의 어학연수 담당자인 릭 딕스씨는 『앞으로 여름학기가 되면 학생규모가 3백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많은 한국학생과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 생활하는 기분이지만 이들이 6개월 단기 연수비자이기 때문에 기간 연장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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