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후세인 처형은 시아파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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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처형은 시아파의 승리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왈리드 카지하 정치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압제의 화신 시아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라크 내 시아파뿐만 아니라 이란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중동 역사상 수니파의 최고위 지도자가 시아파에 의해 제거되는 것이다. 제4대 정통 칼리프 알리가 시조인 시아파는 이슬람 초기부터 억압을 받아왔다. 알리는 물론 그의 두 아들 하산과 후세인도 680년을 전후해 참혹하게 살해됐다. 아슈라와 같은 시아파의 종교행사가 피로 얼룩지는 것도 이들 성인의 고통을 따르겠다는 의지표현이다.

사도 무하마드가 세운 초기 이슬람국가를 이어 등장한 우마위야조(661-750)와 압바시야조(750-1258)는 조직적으로 시아파 탄압했다. 이집트의 파티미드(969-1071) 왕조가 존재했고 이란에서 1500년경 사파위 시아파 왕조가 설립된 것 제외하곤 시아파는 항상 수니파 통치하에 살아왔다.

이 같은 역사적 시련 속에 시아파는 수니파와 다른 정치.종교사상을 만들었다. 위급할 경우 자신의 종교를 부인할 수 있는 '타키야' 사상, 구세주를 기다리는 메시아(마흐디) 사상, 신과 인간의 중간자인 아야톨라의 등장 수니파에선 볼 수 없는 사상과 제도다. 특히 정교합일체인 아야톨라의 존재는 시아파를 정치적으로 강력한 집단을 만들었다.

후세인의 처형으로 1400여 년 동안 고통과 핍박을 받았던 시아파는 역사적으로 최고의 승리를 쟁취했다. 이는 현재 이슬람인구의 20% 정도로 소수인 시아파가 이란-이라크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을 축으로 서(西)로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남(南)으로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예멘까지 '시아파 초생달' 시나리오가 점차 가시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덕분에 이라크는 이미 이란에 이어 시아파가 집권하는 2번째 중동국가로 변모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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