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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좌담] “한국인의 덤덤한 北핵실험 반응에 본사 데스크가 오히려 놀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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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2006년 한국은 뜨거웠다. 한·미동맹의 갈등이 연중 이어졌고, 황우석 사태에 북한 핵실험까지…. 울에 상주하는 외신 특파원들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을 정도라는 말로 상황 설명을 대신한다. 그들은 2006년을 어떻게 뛰었을까?


▶(왼쪽부터) 이종현 UPI 기자, 이병종 뉴스위크 기자, 쉬바오캉 런민르바오 국장, 구보타 류리코 산케이 기자.

<전문> 2006년 한국은 뜨거웠다. 한.미동맹의 갈등이 연중 이어졌고, 황우석 사태에 북한 핵실험까지….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 특파원들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을 정도라는 말로 상황 설명을 대신한다. 그들은 2006년을 어떻게 뛰었을까? 어렵사리 서울에서 뛰는 외국 언론 특파원 4명을 한자리에 불러 앉혔다.

◇참가자
쉬바오캉 국장(런민르바오)
이병종 기자(뉴스위크)
구보타 류리코 기자(산케이)
이종현 기자(UPI)

◇사회: 허의도 - 월간중앙 편집장
◇장소: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한.일 관계는 북한이 변수"

▶사회자=한국과 한국을 둘러싼 미국,중국,일본간의 관계를 한 번 논의해보죠. 일본에선 아베 정부가 출범했는데요. 먼저 한.일관계가 반전된 셈이죠? 향후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아베가 서울을 방문하면서 두 나라는 일단 한랭기류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망을 좀 해 주시죠.

▶구보타= 한.일관계 하면 역사문제나 독도문제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정치적 타개 의지가 없었다는 데 있어요. 한국.일본 모두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거죠. 1년 반 정도 그렇게 지내다 서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아베 총리도 그러한 분위기를 아니까 "야스쿠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일단 출발은 좋았는데, 문제는 한.일관계에서도 북한이 변수라는 거예요. 역사문제나 야스쿠니 같은 것들은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어요. 아니면 옆으로 제쳐놓을 수 있는 부분인데, 북한문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노무현 정권과 아베 정권의 생각이 아주 다르잖아요?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앞으로 북한문제 때문에 갈등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요.

"한국민 안보불감증 데스크가 더 놀라"

▶사회자= 한.미동맹도 한 번 살펴보죠.미.일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함을 더했지만 한.미동맹은 많이 약화된 것 같은데요. 한.미동맹의 약화가 일본에서도 큰 관심사였나요?

▶구보타= 한.미동맹 약화와 전작권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의 안보 불감증이에요. 한.미동맹 약화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거론됐던 문제인데, 한국인들은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의아해요. 일본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든요.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일본의 부담이 더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눈앞에 있는 문제인데도 불안감이 없는 것 같아요. 참 이상해요.

▶이병종= 그러니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면 본사 입장에서는 서울발로 나갈 기사거리를 챙깁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국 국민의 반응인데, 뭐 뚜렷한 게 없어요. 정치권이나 반응하지 일반 국민은 덤덤하니까요. 거기에 대해 데스크가 놀라죠.

▶사회자= 취재를 안 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 않던가요?(모두 웃음)

▶이병종= 그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하죠. 그리고 반응이 없는 그 자체도 기사가 돼요.

▶구보타= 사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언론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밖에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회자= 말씀하신 이슈들이 주로 외교안보 쪽인데, 중국도 어느 때보다 한국의 관심 대상이었거든요. 요지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 변화입니다. 옛날처럼 끈끈한가, 아니면 미사일.핵 파문으로 관계가 멀어지나, 바로 그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일방적 처사에 항의하거나 서운함을 잔짜 표시합니까?

▶쉬바오캉= 한.미동맹은 이제 '조절 단계'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한.미관계는 50년이 지난 지금 어떤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인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에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대 한반도 정책의 주도권을 잡았어요. 그게 제일 큰 문제죠. 무력을 쓰지 않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 북한 강경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에요.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이용해 주도권을 잡은 거죠.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유엔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제재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장악했어요. 미국이 다시 한국에 핵우산을 씌울 거라고들 하잖아요? 이것은 전시작전통제권보다 더 심리적 압박감이 큽니다. 한국은 주도권을 다 빼앗긴 거죠. 반면 이라크에서 미국은 전쟁을 수행했지만 주도권을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사회자= 미국이 이라크에서는 주도권을 잡는 데 실패했지만 한반도에서는 성공했다는 쉬바오캉 국장님의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이종헌=상당부분 동의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잘 아는 학자가 10년 전 한국을 두고 'ROTC'라는 표현을 썼어요. 'Republic Of Total Crisis(총체적 위기공화국)'라고요.(웃음) 올 때마다 한국은 위기라고요. 우리가 중동.팔레스타인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 보니 한국인에게 불감증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한.미동맹, 핵우산과 같은 것들로 인해 심리적 안정이 돼 있기도 하죠.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한반도 상태, 즉 남북 대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예전에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나라'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동포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어요. 그렇다 보니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공격해도 북한이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민족은 '자기중심적 낙관주의자'라고요.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 통일에 한국은 없다?"

▶사회자 =이것도 여담입니다만, 20년 전에도 우리나라는 'ROTC'였습니다. 'Republic Of Total Corruption(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고요.(다 같이 웃음) 쉬바오캉 국장님, 조금 전의 말씀 계속해 주시죠.

▶쉬바오캉 =얼마 전에 미국.북한.중국의 3자회담이 있었죠. 한국은 제외됐어요. 6자회담에서도 북한에 대해 주도권은 미국이 갖고 있어요. 한반도에 통일은 꼭 올 것이고, 다만 시간문제라고 판단되는데요. 그때 통일의 주인은 남한과 북한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미국이 주도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

▶이병종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에서 주도권 확보에 성공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지금과 같은 한반도 상황에서 영향력을 많이 키운 나라는 역시 중국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지렛대를 사용하면서, 또 그 중간 역할을 하면서 강력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의 6자회담 합의안이 나왔을 때 중국은 미국에 압력을 넣어 결국 승복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중국이 6자회담을 주도한 셈이죠. 단순히 미국의 성공이라고 보기보다 중국도 취한 것이 많다고 봅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무너진 이상 미국이 전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 '동북공정' 보도 일절 하지 않아"

▶사회자 =쉬바오캉 국장께서 통일 이야기를 하면서 통일의 주인은 남북한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맥락에서 우려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동북공정'입니다. 중국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동북공정을 전개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인들은 걱정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통일 후 간도를 포함한 만주땅에 대한 논란을 미리 가라앉히고 심지어 북한에 대해 기득권을 주장하려는 계산 아닌지 우려하는 거죠.

▶쉬바오캉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은 명백해요. 중국은 역사문제에 대해 몇 번 이야기했어요. 역사는 현실이 아니에요. 남북한이 통일돼도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아요. 일부 사람이 동북공정을 정치 이슈로 내세우는데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역사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동북공정 이야기는 사회과학원 홈페이지에 어느 교수가 논문을 발표한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역사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에 관한 언론 보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사회자 =우리나라 광화문 네거리, 시청 앞에서 동북공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여러 번 있었는데 한 번도 보도한 적이 없습니까?

▶쉬바오캉 =일절 보도하지 않았어요. 첫째, 가 보고 싶지 않고 둘째, 현실화되지 않아요. 국경선이 있는데 그 룰을 지켜야죠.

▶이병종 =언론 입장에서는 한국의 반응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쉬바오캉= 중국에 가 보세요. 아무도 동북공정을 몰라요. 학술적 문제는 학술 범위 내에서 규정하니까요.

▶이병종 =중국에서는 학술적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정치.사회적 문제잖아요?

▶쉬바오캉 =제 생각에는 동북공정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합의한 다섯 가지 내용(2004년 8월 중국 외교부 우다웨이 부부장이 방한해 한국 정부와 나눈 구두합의)만 지키면 한.중관계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봐요.

▶사회자= 문제는 학술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교과서를 수정하고 고구려 역사 안내판까지 바꾸고 있는 것 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북공정과 관련해 일본과 미국에도 보도한 적이 있습니까?

▶구보타= 네. 갈등이 있다는 부분을 썼죠.

▶이종헌 =중국에서는 현실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보면 동북공정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솔직히 독도.역사교과서.야스쿠니.동북공정 등과 같은 역사문제를 취재할 때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내신기자라면 내국인 입맛에 맞게 여과하면 되지만 우리의 독자는 외국인이잖아요? 한반도 문제를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보도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대표적으로 독도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

▶사회자= 그러고 보니 궁금합니다. 어떻게 표기하는지, 그리고 데스크에서는 어떻게 고치는지?

▶이종헌= 지금은 그냥 '독도'라고 표기합니다. '동해'의 경우 처음에는 안 썼는데 지금은 쓰고 있어요. 이미 다른 매체에서 그렇게 많이 쓰고 있거든요. 일본에서 나온 리포트를 보면 '다케시마'라고 나오더라고요.

▶구보타= 아니에요! 우리는 아주 정확하게 쓰고 있어요. '일본과 한국이 영토 공유를 하고 있는 다케시마'라고 표기하고 괄호를 한 뒤 '한국명 독도'라고 씁니다.

▶이종헌 =우리는 괄호를 하고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라고 부른다'라고 써요. 동북공정도 한국의 주장과 중국의 주장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이것이 외교적 문제로 불거졌을 때만 기사를 쓰죠. 촛불시위를 하고 동북공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 거기에 초점을 두고 씁니다. 어렵지만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획.정리 임지은_월간중앙 기자<(ucla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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