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최고위원이 참모역" 이명박 "겁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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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지도부가 마련한 한나라당 대선 주자 초청 간담회가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 4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승부해 달라’며 화합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국회사진기자단

29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 맞은편의 중식당 '외백'에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의 회동은 내년 대선 승리를 다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형식은 강재섭 대표가 대선 주자들을 초청하는 모양새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은 마치 레드 카펫을 밟고 영화제 시상식에 참여하는 배우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만찬 장소에 등장했다. 시작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들이 오갔다.

만찬은 1시간40분 동안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넥타이 색깔이나 연말 체력 관리 방법을 화제 삼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가끔 후보 검증 방안이나 경선 시기 같은 민감한 얘기도 화제에 올랐으나 논의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만찬 후 주자들은 "화기애애했다"(이 전 시장), "화기 열렬했다"(손 전 지사)고 만족해 했다.

썰렁한 순간도 있었다. 초반부 손 전 지사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토해낼 때였다.

손 전 지사는 인사말에서 "특정 후보의 참모장 역할을 하는 최고위원이 있다"며 "최고위원을 내놓든지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공격했다. 손 전 지사 측은 "특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을 말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지방 특강을 이유로 불참했다. 갑자기 가라앉은 분위기를 의식한 이 전 시장이 "겁나네…"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지.

▶강재섭="당의 주전 선수들이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심을 버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박근혜="단결해 국민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희망을 꼭 드렸으면 좋겠다. 더 노력해 많은 지지 받도록 하자. 힘을 모으자."

▶이명박="새해에는 강 대표 말대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 지도부가 국민에게 심려 안 끼치고 화기애애한 속에서 정권 창출을 잘하겠다고 하니 당을 믿고 있다."

▶손학규="일부 최고위원이 줄 세우기에 앞장서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특정 캠프의 특정 최고위원, 자주 거론되는 문제의 최고위원은 먼저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특정 주자의 참모장 역할을 내놓고 하든지 최고위원을 내놓든지 거취를 분명히 하라."

▶이명박=(손 전 지사가 적어온 글을 읽어 내린 후 다시 원희룡 최고위원이 종이를 꺼내자) "적어온 사람들 겁나네."

▶원희룡="필요하다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후보 검증 과정 필요하다."

▶강재섭="당원 당규에 따르면 6월 중순 정도에 경선을 해야 한다."

▶강재섭="2월 14일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 한다. 한나라당이 너무 조용해선 안 될 것이다."

▶이명박=(농담조로) "노 대통령이 시끄럽게 할 것 아니냐."

▶원희룡="열린우리당은 없는 일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후보를 미리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명박="정말 인터넷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많다. 내 이름이 명치(메이지)시대의 '명'자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박'을 땄다고 한다. 내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란 허위 사실이 돌아다닌다."

▶강재섭="연말 힘든 시기인데 체력 관리는."

▶박근혜="국선도를 한다."

신용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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