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1·9 총선] 上. 정치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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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캔들에 휘말렸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부총재, 우체국민영화 반대에 앞장섰던 아라이 히로유키(荒井廣幸), 대표적인 건설족(건설업자들과 유착하는 정치인집단)인 구리하라 히로히사(栗原博久), 일본 회사원들의 중국 내 집단매춘과 관련해 "집단 성폭행을 하는 사람은 아직 활력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던 오타 세이치(太田誠一) 전 총무청 장관.

자민당 소속인 이들은 지난 9일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모두 낙선했다. 자민당 출신으로는 또 정치적 경력 없이 아버지의 후광을 얻어 출마했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아들이 떨어졌다.

이들의 추락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갈망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 때문에 통합야당인 민주당은 40석을 더 얻었다. 민주당은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에선 자민당을 앞서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대약진에는 이같이 '낡고 문제있는 정치인'에 대한 심판 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유권자는 자민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지지부진한 개혁정책에 대해 실망했고 전체 자민당에 대해 식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정책대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 국민의 보수화에 따라 보수 쪽으로 돌던 사회당.공산당 지지표는 보수 야당인 데다 자민당에 비해 참신한 민주당에 마음놓고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민당 이외에 정권을 담당할 능력을 갖춘 정당이 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이즈미 총리는 애써 의연한 표정이다. 그는 "4백80석 가운데 자민.공명.보수 등 3개 연립여당이 절대 안정다수(2백69석)보다 많은 2백75석을 얻었으니 개혁정책이 국민의 신임을 얻은 것"이라고 '자민당의 승리'를 주장한다.

4석을 얻은 보수신당은 10일 당을 해체, 자민당에 합류하기고 결정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은 '자민 쇠퇴, 민주 약진'으로 규정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향후 정국운영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민당은 총선 전보다 10석 부족한 2백37석만을 확보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일본 정국에서 '고이즈미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세력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은 10일 "정치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하는 등 벌써 고이즈미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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