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중국에 무너진 '이 - 이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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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세돌 9단

'이(李)-이(李) 시대'란 말이 있었다. 이창호 9단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또 다른 천재 이세돌 9단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창호 일인 독주시대가 머지않아 끝나고 '이-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이 쌍포'란 말도 있었다. 한국바둑을 상대하려면 이창호 한 명도 벅찬데 또 한 명의 이씨가 등장해 쌍포를 쏘아대니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중국과 일본의 하소연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창호-이세돌은 2006년 나란히 세계대회 무관으로 전락했고 중국은 거의 모든 세계대회를 석권했다. 2006년이야말로 10여 년간 제왕이었던 한국과 한국의 대표기사라 할 이창호-이세돌에겐 불명예스러운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바둑의 명예회복이라는 큰 깃발을 내걸고 두 개의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에 나선다. 먼저 출전하는 기사는 이세돌 9단. 그는 1월 6 ~ 9일 도쿄의 도요타 덴소배(우승상금 3000만 엔) 결승전에서 일본의 3관왕 장쉬(張) 9단과 격돌한다. 이창호 9단은 1월 22 ~ 25일 상하이로 가 삼성화재배(우승상금 2억원) 결승전에서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과 일전을 치른다. 두 결승전은 모두 3번기.

장쉬 9단

이-이 쌍포가 나선 이상 객관적인 전력만 본다면 한국의 우세는 명백하다.

그러나 우세가 승리를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창호-이세돌은 지난해 춘란배 세계대회 8강전에 함께 출전했으나 중국의 구리(古力)와 셰허(謝赫)에게 져 동반 탈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명예회복을 위한 새해의 선봉장으로 이창호-이세돌만 한 카드는 다시 없을 것이다. 이들이 첫 단추를 잘 끼워준다면 2007년에 한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고 앞으로 쉬지 않고 전개될 한.중 혈전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도요타 덴소배 결승전

도쿄 1월 6 ~ 9일
이세돌 vs 장쉬

이창호 9단

▶대국 장소는 도쿄의 뉴오타니호텔. 두 기사는 이번이 첫 대결이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의 전기우승자로 디펜딩 챔피언 격인 이세돌 9단에겐 장쉬야말로 지난해의부진을 씻을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자신들이주최하는 대회에서 장쉬가 오랜만에 우승해 체면을 살려주기를 잔뜩기대하고 있다. 세계대회 전적은 이세돌 6회, 장쉬 2회 우승.장쉬 9단은 한 달여 전 명인 타이틀을 다카오 신지(高尾紳路)에게 빼앗겼으나 기성전, 아함동산배, 용성배등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기풍은 상당히 사나워 일본바둑보다는 오히려 한국바둑에 가까운 것이특징. 한국 기사에게 총 15승10패의전적을 갖고 있다. 1980년 대만 출생.

◆삼성화재배 결승전

상하이 1월 22 ~ 25일
이창호 vs 창하오

▶대국 장소는 상하이의 화팅(華亭) 호텔. 두 기사는 한.중의 대표기사답게 각종 세계무대에서 26번이나 싸워 이창호 쪽이 20승1무5패의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창하오에겐 결정적인 고비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창호야말로 일생의 천적이 아닐 수 없다.

창하오 9단

그러나 깊은 좌절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진 창하오는 2005년 응씨배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 우승의 소원을 풀었고 춘란배 결승에도 올라 상승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대회에서 22회나 우승한 이창호와 단 한번 우승한 창하오의 전적은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지만 과거의 전적이 절대적 잣대가 될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창하오는 1976년 상하이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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