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다 유로화 더 많이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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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달러화 시대는 가고 유로화 시대가 왔나. 최근 산유국들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유통량 기준으로 유로화가 달러를 따라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지 12월 12일자 e6면, 13일자 e2면, 20일자 e1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자체 분석 결과 12월 유로화 화폐 유통총량이 달러화 총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27일 보도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민간 부문에 유통되는 화폐의 물량을 따져본 결과 달러보다 유로가 더 많다는 의미다.

◆유로화 수요는 늘고=FT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미국 달러화 유통량의 가치는 7590억 달러로 유로화에 비해 조금 많았다. 하지만 10월부터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번 달 유통된 유로화 가치는 8000억 달러(약 6100억 유로)를 넘어섰다. 반면 달러화 유통량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의 호조와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확대를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다 유럽이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내년도 경기 전망이 좋게 나타나면서 미국에선 금리 인하, 유럽에선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로화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또 유로존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러시아 등 유럽 인근 국가에서도 유로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에 대해 10%가량 상승했다.

◆산유국은 달러 줄이고=중동 산유국들이 달러화 보유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로화 보유를 늘리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외환 다변화 정책이지만 미국과의 정치적인 역학관계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향후 달러화 약세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유국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달러화 매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연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은 내년 9월까지 외환보유액 중 8%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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