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 국내 투자 "늘려야-줄여야" 엇갈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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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기가 회복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투자 비중을 상향 조정한 반면 JP모건과 CSFB는 내수 침체 우려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이 정반대로 나뉘는 것은 이례적이다.

◇상반된 증시 전망=메릴린치는 지난 주말 아시아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조정했다. 메릴린치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회사의 아시아 담당 전략가 스펜서 화이트는 "한국의 내수 회복이 더뎌질 수 있겠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외국인 지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부담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온다면 해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모건스탠리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투자 비중을 17.3%로 3%포인트 높이고, 투자 의견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CSFB는 10일 한국의 내수 경기가 수출 부문의 호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에 도달했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두 단계나 내렸다

JP모건도 지난달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내 증시의 지나친 외국인 의존도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인 매수는 이어질 듯=외국인은 10일까지 12조1천억원을 순매수해 2000년의 연간 최대 순매수 규모(11조3천8백71억원)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한 최근 2주간 국내 증시의 상승률은 7.5%로 태국에 이어 둘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이나 홍콩 등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증권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이 대만보다 한국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유입 규모가 역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10월까지 대만에서 한국보다 9조원 정도 많은 19조2천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외국인은 한국에서 9천4백6억원을 순매수해 오히려 대만의 두배를 넘었다. 대우증권 한요섭 선임연구원은 "다른 아시아 시장에 비해 주가가 덜 올랐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국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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