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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의 명물 '꺽정이와 푸돌이'

중앙일보

입력

통기타 듀오 ''꺽정이와 푸돌이''가 자신들의 음악학원에서 통기타 노래 공연을 연습중이다. 왼쪽이 꺽정이 임경호씨, 오른쪽이 푸돌이 이지현씨. 사진=전익진 기자

27일 오후 4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현대프라자 301호 '현음악실'.

30평 규모의 음악학원에서 통기타 반주와 노래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진다.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젖은 편지~." 1970년대 히트한 어니언스의 '편지'다. 학원 원장 이지현(50)씨와 부원장 임경호(46)씨 듀엣의 노래 연습은 1시간 동안 계속됐다.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 하사와 병장의 '목화밭', 채은옥의 '빗물' 등 70년대와 8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곡들이다.

아마추어 통기타 가수인 두 사람은 일산 신도시와 고양시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1월 '꺽정이와 푸돌이'라는 예명으로 통기타 듀오를 결성, 2년 째 음악 봉사활동을 펼치면서다. 이들은 지금까지 258차례에 걸쳐 병원.양로원.지역축제.교회.지하철.공원 등지를 찾아 통기타 라이브 공연을 무료로 펼쳤다. 매주 2~3차례 6시간 이상 무료 공연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기 위해 통기타 듀오를 결성하고 음악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2004년 말 동네 한 교회에서 통기타 위문공연을 벌인게 음악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 자리에서 '산장의 여인' 노래를 들은 할머니들이 "이렇게 편안하고 멋진 노래공연은 처음"이라며 뛸듯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문화 소외계층 주민들에게 음악의 향기를 전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라이브 카페를 가야만 통기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두 사람은 올 5월 5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일요일 마다 3시간 동안 일산신도시의 호수공원에서 통기타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호수교.노래하는 분수대.야외공원장 등지서 이뤄지는 공연은 시민들로 항상 만원이다. 이들은 1t 트럭 한 대 분량의 스피커와 엠프.악기 등 공연장비를 9인승 승합차를 개조한 차량에 싣고 운반해 2시간이 걸리는 설치와 해체 작업까지 스스로 해결한다. 날씨가 풀리는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호수공원 공연을 재개한다.

공연을 보기 위해 틈날 때마다 호수공원을 찾는다는 이경순(48.주부)씨는 "매주 통기타 음악 20여 곡을 들으며 학창시절의 추억에 잠기는 것이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됐다"며 "무료 공연인데도 언제나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하는 두 분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3일과 24일에는 고양시문예회관에서 주민 200여 명을 초청해 무료 노래 공연을 펼쳤다. 아마추어지만 통기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기성 가수에 못지 않다. 바쁜 일과를 쪼개 매주 5~6시간씩 노래연습을 한다.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술과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노래를 연습할 땐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낄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500여 곡의 노래를 소화해 공연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선사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 가수 김정호의 노래 가운데 악보가 전해지지 않는 30곡은 직접 악보까지 완성해 소개하고 있다. 음악학원을 운영해 생활은 여유롭지 않지만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는 노래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다. 그래서 음반취입 및 라이브 카페의 출연 요청이 잇따르는데도 사양하고 있다.

"순수한 봉사열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편안한 마음으로 부리고 싶기 때문이죠."

이들은 "대형 트럭을 개조한 '통기타 공연 전용 차량'을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며 이웃사랑을 전하고 싶은 게 꿈"이라며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재소자들을 위안하는 노래선물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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