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에 전세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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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전세 물건이 쌓인다. 월세는 물론 전세를 내놔도 몇달째 소화가 안 되면서 전셋값도 내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저금리와 집값 상승세로 투자 수요가 많았지만 잇따른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자 매수세가 크게 줄어 팔리지 않아 전세로 돌려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매도금액을 낮게 쓰는 다운계약서 작성이 어렵게 되자 양도세 부담 때문에 못 팔고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 아파트 전세 홍수=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마포구 창천동 T아파트의 경우 인근 중개업소마다 10여개씩의 전세 물건이 쌓여 있지만 소화가 안 된다. 인근 H공인 金모 사장은 "분양권 매수자가 없자 다급한 사람은 전세로 돌려 잔금을 대체하길 원한다"며 "11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세입자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이달에 입주할 서울 송파구 거여동 K아파트도 10.29 대책 이후 매매 수요가 뚝 끊기면서 중개업소마다 7~8개 이상의 전세 물건을 받아두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상도동 J아파트는 전체 물량의 40~50%, S아파트는 30% 가량이 전세 물량이다. R공인중개사 사장은 "J아파트의 전셋값은 인근 기존 아파트보다 1천만원 이상 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이곳 전세 물량이 소화되려면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기간이 끝난 후에도 빈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9월 입주를 시작한 안양시 비산동 L아파트는 비어 있는 20% 물량이 대부분 전세로 나와 있다. 8월 말께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L아파트와 H아파트도 아직까지 20~30% 이상 입주를 못하고 있다.

9월 중순 입주를 시작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 K아파트와 도봉구 방학동 E아파트는 입주율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동 B부동산 유모 사장은 "투기수요가 많았던 대형 평형에서 주로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이가 없어 두세달 이상 쌓여 있다"며 "내년 봄 이사철까지는 임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추가 하락 대세=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서 당분간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해 12월 서울.수도권 입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나 많고, 현재 적체해 있는 물량까지 합하면 내년에도 전셋값이 1~2%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공사 김용순 연구위원도 "내년 총 입주량이 올해보다 2만가구 적은 51만가구로 예상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하면 예년 못지않은 수준이어서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내년 봄부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내년은 일반적으로 임대차 재계약건이 많은 짝수 해인 데다 양도.보유세 등 세제 강화로 전세수요가 늘어 3~4%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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