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가든」<서울 도곡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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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누구에게나 자주 발길이 닿는, 그리고 주인이 반겨주는 단골 음식점이 있게 마련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다른·손님들에게는 내놓지 않는 비장(?)의 밑반찬을 생색내며 내놓던 단골 식당이 몇 곳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서울시내 교통은 가위 마비상태라 멀리 있는 단골집을 찾아다니면서 식도락을 즐기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자연히 회사나 집 근처의 단골집을 드나들게되고 그 집 음식에 젖어드는, 이를테면 새로 입맛이 길들여지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원래 채식주의자여서 육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야구위원회가 서울 역삼동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채식보다 육류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환경이 식성을 바꿔버린 셈이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영동 가든」(563-4167)때문이리라.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입구에서 1백50여m 떨어진 야구회관 옆에 위치, 장소도 편리하거니와 깔끔한 음식 맛이 나를 매료시켜 자주 찾게 됐다. 주물럭·생등심·갈비전문 음식점이지만 오히려 깔끔한 밑반찬 맛에 더욱 반하게된다. 톡 쏘는 듯한 시원한 동치미, 살아있는 천연 생굴로 만든 어리굴젓, 무공해 상추로 버무린 겉절이 등은 어릴 때먹던 고향의 맛이어서 더욱 정감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갈비뼈를 고아 구수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오곡밥·찰밥은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고기는 모두 한우로 주인이 직접 시골장터에서 소를 골라 구입한다고 한다. 주방장의 독특한 조리법은 고기 맛을 한층 더해 준다.
또 참나무 숯불 위에 올려놓은 왕 갈비는 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아 한우 갈비의 본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영동 가든」이 조리 한 모든 음식은 40년을 자랑하는 주방강의 솜씨와 종업원들의 친절한 마음이 합해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나 또한 새로운 단골손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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