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신당파 - 사수파, 당 진로 싸고 '워크숍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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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2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오종택 기자

27일 오후 1시30분. 새해 예산안 처리 때문에 이날 오전 5시가 돼서야 국회를 떠났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8시간 만에 다시 국회 본청에 모여들었다. 존폐 기로에 선 당의 미래를 워크숍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다.

김근태 의장이 중심인 통합신당파와 문희상 의원이 이끄는 중도파, 신기남.이광재 의원의 당사수파가 쟁점마다 대립했다. 워크숍이 끝난 뒤 당은 2월 전당대회에서 민주평화 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서기로 하는 등 5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해 '전면 충돌' 양상은 피해 간 것처럼 보였다. 한 의원은 "신당파 목소리가 대다수를 이뤘지만 사수파와의 의견 차는 여전히 남아있음이 확인됐다"며 "내년 전당대회 전까지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 될것 같다"고 말했다.

◆ "합의 이혼도 검토"=워크숍에선 통합신당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렸다. 박병석 의원이 토론에 앞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85명 중 94.1%인 80명이 '통합신당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신당파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양형일 의원은 "지지가 낮은 정당에 누가 새 선장으로 오겠느냐"며 "당 내 의견이 다르면 대화해야 하지만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 이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의원도 "지금은 신당 창당을 통해 평화개혁세력을 재결집해야 할 때"라며 "지난 대선에서 우리를 지지한 세력을 복원하자는 주장을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하는 건 부당하다"고 당사수파를 공격했다.

최규식 의원은 "이미 우리 당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최 의원은 "중요한 것은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며 "'도로 우리당'으로 국민 앞에 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통합신당파의 주장들.

▶김낙순 의원="계속 패배해 온 팀에는 외부 선수가 들어오지 않는다. 새 선수를 들어오게 하려면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한다."

▶송영길 의원="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괜찮고 호남과의 연대를 비판하는 것은 교조주의다. 우리는 오히려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를 돌파해야 한다."

양 의원은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소수"라며 "남은 기간 국정에 전념하라"고 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 '고건은 우리와 안 맞아'=이에 친노 직계에 당사수파인 김형주 의원은 "대통합 자체는 찬성하지만 창당 초심을 지키지 않는 정치공학적 통합은 감동을 못 준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중심 세력이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과 선진화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사수파에 속한 신기남 의원은 "신당을 하겠다는 의견은 존중하지만 정치행위엔 금도가 있다"며 "당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파인 오영식 의원은 "대통합에는 찬성하지만 누구와는 되고, 누구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분열적 태도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당파 일각에서 친노 진영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다.

◆ 김근태-정동영 오늘 긴급회동=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28일 조찬을 함께하기로 했다. 당의 진로와 관련된 논의가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두 분 다 통합신당 쪽에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합의 사항이 있으면 발표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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